장진수(39)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 3월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윗선'개입 의혹을 언론에 폭로,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이후 수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육성이 담긴 녹취파일 등 윗선 개입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들을 내놓기도 했다. 2010년 7월 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장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미진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외면한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_ 이번에도 청와대 개입 의혹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이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내곡동 사저 의혹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요즘 검찰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데 이번에도 아쉬운 결과를 내놨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왜 입장 발표를 하지 않나.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VIP 충성' 문건이 폭로된 뒤 청와대는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진실을 직접 밝힐 분(이명박 대통령)이 있는데도 속시원하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지금까지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은 '참여정부도 불법사찰을 저질렀다' 정도 아니었나. 이런 태도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_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담당 검사들은 나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내가 검찰 고위층 분위기를 알 수 없지만, 결과를 보니 검찰이 얼마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_ 수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관봉 5,000만원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 만약 관봉이 국가 예산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면 청와대가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을 것이다. 기업에서 나온 돈이라면, 왜 기업이 이영호(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에게 그 돈을 줬어야만 했는지, 어떤 배후가 작용했는지 드러났을 것이다. 검찰 재수사팀은 1차 수사가 부실했던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1차 수사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용했던 대포폰과 같이 명백한 증거가 있었는데도 방문조사만 한번 하고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나."
_ 당신은 참여정부 시절 사찰문건을 폐기했다는 이유로 보수단체에서 고발도 당했는데.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리됐다.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정작 규명돼야 할 의혹들은 흐지부지돼 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크게 대응을 안 했다."
_ 이번 사건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도 출근을 못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나면 정말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초등학생인 자녀들이 상처받을까봐 아직도 말을 못했다. 내가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아이들이 볼까봐 집에서는 TV도 보지 않는다. 길 가다 마주친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어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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