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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재수사도 맹탕/ 관봉·VIP문건 단서 쥐고도 윗선 없다?…역시 대한민국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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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재수사도 맹탕/ 관봉·VIP문건 단서 쥐고도 윗선 없다?…역시 대한민국 검찰

입력
2012.06.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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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핵심적인 의혹들에 대해 검찰은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윗선'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된 관봉 5,000만원의 출처도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지원관실이 뒷조사한 사찰 대상 500건 가운데 겨우 3건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형사처벌하는 데 그쳐 추가 불법사찰 피해자를 찾아내는 데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수사가 의혹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더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윗선 개입 없었다?

윗선 개입 의혹은 장진수씨의 폭로로 촉발됐다. 장씨는 자신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넨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등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을 근거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고위인사가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씨의 녹취록과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구치소 접견기록 등에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 관여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장씨의 폭로에 맞서 자신이 증거인멸을 주도한 '몸통'이라고 주장했지만,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로 해석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비서관만 처벌하는 데 그쳐 결과적으로 이 전 비서관이 몸통이 돼버렸다. 검찰은 김진모 전 비서관과 장석명 비서관이 이 전 비서관에게 증거인멸을 요구하는 것을 직접 봤다는 장씨 등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이 전 비서관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전ㆍ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개입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관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연루 가능성은 더욱 인정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권 장관과 임 전 실장 등 청와대 고위인사 12명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는 등 처음부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VIP 충성 문건'까지 발견돼 윗선 보고 정황이 다수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이를 밝히지 못한 것은 결국 수사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관봉 5,000만원 출처도 못 밝혀

장씨와 진경락 전 과장 등의 폭로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금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관봉 5,000만원의 출처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류충렬 전 관리관은 지난해 4월 장씨에게 현금 5,000만원을 "장석명 비서관이 주는 돈"이라며 전달했지만, 검찰은 장 비서관이 이 돈을 지급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관봉 형태의 돈다발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나 비자금, 대기업 등에서 흘러 들어온 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류 전 관리관은 "지난 2월 사망한 장인에게서 받은 돈"이라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한 변명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지만, 이 돈이 2009년 10월 한국은행에 입고된 사실을 확인했을 뿐 출고 날짜와 시중은행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추가 사찰 피해 단 3건"

검찰은 장씨의 전임자인 김경동 전 주무관의 USB와 진경락 전 과장의 외장하드에서 지원관실이 벌였던 사찰 자료 500건을 확보했다. 이 자료에서 재벌 총수와 종교인, 국회의원 등 법적 감찰 대상이 아닌 다수의 유명인사들을 사찰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검찰은 단 3건만 불법성을 인정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자료에 나오는 인물들이 정상적 감찰 대상이거나 단순 동향파악 수준에 머물러 사법처리가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검사 14명을 투입해 일일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사찰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라고 요구하거나 전화로 확인조사만 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검찰의 의지 부족을 드러낸 증거라는 평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이 불법사찰을 주도한 세력들에게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준 것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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