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이런 대사가 나온 영화 '말아톤'으로 익숙한 자폐증의 발병 원인이 국내 공동 연구진에 의해 새롭게 밝혀졌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은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이민구 연세대 의대 교수 등 연구진은 13일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Shank2)를 없앤 쥐에서 자폐증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미 10여개가 알려진 자폐증 유발 유전자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Shank2 유전자 결손 쥐는 같은 우리에 새끼를 놔둬도 신경 쓰지 않는 사회성 장애, 콧수염을 과하게 다듬는 반복행동 등 전형적인 자폐증 증세를 보였다. 자폐증은 뇌 신경세포 간의 신호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병하는 뇌 질환으로 전 세계 1억명이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치료제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자폐증 치료제가 있긴 하지만 효과는 반복행동만 줄이는데 그친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약물(CDPPB)을 주입한 Shank2 결손 쥐는 반복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쥐와도 잘 어울렸다. 김 교수는 "CDPPB가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특정 수용체(NMDA)의 기능을 회복시켜 신호전달이 원활히 이뤄지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약물은 2004년 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것으로, 아직 상용화하진 않았다.
강 교수는 "Shank2 유전자 결손과 그로 인한 수용체의 기능저하는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자폐증 발병 원인"이라며 "사회성 결핍도 약물치료로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자폐증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 게재됐다. 네이처>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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