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방북했던 대선주자들의 친북 발언을 공개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노골적인 대선 개입 의지를 밝힌 뒤 여야 대선 주자들의 방북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방북 사례를 비교해 보면 야권 후보보다 오히려 여권 후보의 방북이 많았던 점이 눈에 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여권의 주요 주자들은 모두 북한을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민주통합당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만 북한을 방문했다. 이들 중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대선주자는 박 전 위원장과 정 고문 두 사람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02년 5월1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 형식으로 방북했다. 방북 첫날인 13일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예고 없이 박 전 위원장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았고, 두 사람은 속기사만 배석시킨 채 한 시간 동안 면담했다.
두 사람은 면담에서 남북철도 연결, 스포츠 교류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이 답방 의사를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가겠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자서전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화법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썼다. 박 전 위원장은 평양의 여러 시설을 방문했지만, 만경대 김일성 생가나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몽준 전 대표는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99년에는 대한축구협회장 겸 국제축구협회(FIFA) 부회장 자격으로 4박5일 동안 머물며 남북 축구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이듬해 6월에는 '6ㆍ15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방문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2005년 3월 이재오 의원 등과 함께 북한의 강원도 고성을 방문해 연탄 보일러 지원 활동을 했다. 이어 경기지사 시절인 2008년 5월엔 개성시를 방문해 북한 측과 함께 묘목 생산을 위한 양묘장 준공식을 열었다. 김 지사는 앞서 2004년에는 금강산을 방문하기도 했다.
야권의 손학규 상임고문은 경지지사 시절인 2006년 6월 1박2일 일정으로 남북 벼농사 협력 사업을 위해 평양을 찾았다. 손 고문은 당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화해협의회 고위 책임자들과 만나 남북 교류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2005년 통일부장관으로 재직 중에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2005년 6월에는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모두 북한의 선거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북한 조평통의 비난은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하므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썼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북한의 정치 협박은 북한 체제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남한 내 종북주의 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자충수일 따름"이라며 "북한은 국내 정치, 특히 대선에서 손을 뗄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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