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 시한이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최임위는 근로자ㆍ사용자ㆍ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위원들이 위원 위촉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4월 27일 2차 전원회의부터 지난 8일 5차 회의까지 모두 불참했다.
근로자위원들이 불참하는 사유는 2가지다. 정부가 4월 노동자·사용자위원과 협의 없이 공익위원을 위촉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31호(최저임금에 관한 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의 지원 속에 만들어져 자주성이 의심되는 국민노총 간부 1명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정부 주도로 최임위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즉 정부 입맛에 맞는 위원 구성으로 최저임금 의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국내 법령(최저임금법 시행령 12조)에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을 뿐 노사 단체와의 협의 규정이 없고, 지금까지 공익위원을 위촉할 때 노사 의견을 반영했던 관행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ILO 협약에는 공익위원 선정에 대해 '국내법령이나 관행에 적합한 경우 사용자 및 근로자 대표와 협의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본 영국 프랑스 모두 공익위원 선정 시 노사 추천을 받거나 협의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서 이처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올 초부터 시작된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용부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의 정치 참여를 문제삼으며 한국노총에 대한 지원 예산을 줄이는 등 갈등이 증폭된데다 기존 5명이었던 한국노총의 노동자위원을 4명으로 줄이고 1명을 국민노총 인사로 위촉한 것까지 쌓인 탓이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노동계가 사실상 배제된 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임위는 28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며, 위원 과반수 참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계가 최임위에 다시 들어갈 명분이 없는데다 올해는 대선이 있어 적정한 수준의 최저임금이 의결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들도 "지금 들어가봐야 정부 결정에 구색 맞추기만 해줄 뿐"이라며 "1인 시위 등을 통해 최저임금 현실화 캠페인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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