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산 개발에 실패한 K-2 흑표전차의 문제점을 공익감사 방식을 통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감사원이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국방분야의 무기도입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익감사는 감사원이나 관련 기관의 직권감사와 달리 일반 성인 300명 이상이 서명해야 청구할 수 있는 감사방식이다. 따라서 공익감사는 감사원의 사전 검토 과정에서 대부분 반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감사가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K-2 전차 문제에 대해 기준을 훨씬 넘는 500여명이 서명해 감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면서 "교육이나 복지분야와 달리 관련 시민단체가 거의 활동하지 않는 국방분야에서 공익감사가 이뤄지는 건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K-2전차는 2009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1,200억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가 내장된 파워팩의 성능이 기준에 못 미쳐 국방부는 지난 4월 독일제품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중공업이 개발을 맡았다.
감사의 초점은 국산 모델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며, 독일제품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나느냐 하는 부분이다. 감사 청구인 측은 "국산 개발 모델의 문제점이 왜 확대 해석됐으며 이에 비해 독일산 수입제품은 왜 장점만 부각됐는지 가려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 같은 감사 결정에 대해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가 여러 차례 시험평가를 거친 뒤 K-2전차의 파워팩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4월 2일이지만 감사 청구는 3월30일 이뤄졌고 감사원은 이를 수용했다. 국방부가 K-2전차의 문제점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감사원의 감사 절차가 확정됐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전차 문제에 무려 500여명이 서명했다는 건 뭔가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와의 연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기존 결정을 뒤집어 국산 개발 모델을 사용키로 할 경우 해당 업체는 개발비용 전액을 보전 받지만, 현재 결정이 유지되면 업체는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