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명소만 둘러보나요? 주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면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골목길만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곳의 역사와 사람이야기를 담아내고있는 여행작가 이동미(43)씨가 <서울의 숨은 골목> 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직접 발품을 들여 찍은 사진에 글을 엮었다. 서울의 근ㆍ현대 골목투어 가이드북인 셈이다. 2005년 <골목이 있는 서울, 문화가 서울> 이후 두 번째 골목 시리즈로, 추리고 추린 30개의 '골목 스토리'가 녹아 있다. 골목이> 서울의>
이씨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골목은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자 서울의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라고 정의했다. 그가 처음부터 골목 여행에 관심 가졌던 건 아니다. 여행전문잡지 기자를 할때 세계 여행을 하면서 골목의 묘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체코 프라하의 황금소로,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그리스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언덕의 공통점은 모두 오래된 골목이라는 점이었어요. '우리에겐 왜 이런 골목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자 서울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떠올랐던거죠."
두 눈 부릅뜨고 다시 찾아간 서울의 골목들은 유럽 관광도시들의 그것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600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골목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옛 모습과 현재의 일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석 같다고나 할까요? 서울은 그 보석들로 채워진 보석상자 였어요."
그는 조선시대 종로를 지나는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백성들이 숨어 걷던 뒷골목, 피맛길을 백미로 꼽았다.
카메라와 펜을 들고 구석구석 누빈 서울의 골목은 관광 콘텐츠의 결정체였다. 피맛길 외에도 조선시대 도성 안팎을 돌며 도둑과 화재 경계 임무를 했던 순라군이 순라를 돌던 순라길, 한 독지가가 전쟁통에 집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지은 집 사이에 난 좁고 길다란 대추나무길 등 생각지도 못했던 소사(小史)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서울의 골목에서 글로벌 관광지의 가능성도 이때 봤다. "서울의 골목은 교통 좋은 도심에 위치해 있고 이야깃거리가 넘치고 역사 교육의 현장이기도 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어요. 외국인들에겐 가장 서울다운 정취를 보여줄 수 있는 둘도 없는 관광 자원 입니다."
그는 "골목에 대한 당국의 몰이해 탓에 요즘 마음이 더 바빠졌다"고 했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찍고 기록했지만 책이 출간되기 전에 취재했던 골목 30개 중 6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돈맛만 아는 재개발이란 괴물이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먹어 치운 거잖아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삶의 흔적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걸 보면서 태평스럽게 집에만 있기 어렵게 됐어요."
앞으로 전국의 골목을 누빌 작정이다. "거창한 문화재나 명소가 아닌 골목 모퉁이의 돌멩이 하나, 골목에 서있는 대추나무 한 그루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낼 겁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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