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복 외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직 노르웨이 총리의 중국 방문 비자 신청 거부에 이어 이번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달라이 라마와 만난 것과 관련, 양국 장관급 회담을 취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 로드 그린 영국 무역투자장관과 제레미 브라운 외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 중국측과 장관급 회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이 이를 돌연 취소한 뒤 하급 관리가 대신 참석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그린 장관 등은 당초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나 국가발전개발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회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 둥팡왕(東方網)은 “중국을 찾은 영국 장관들이 냉대 받았다”며 “양국관계 악화가 재중 영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지난달 영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중국의 조치는 캐머런 총리가 종교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인물에게 주는 ‘템플턴’상을 받기 위해 지난달 영국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게 발단이다. 존 메이저 전 총리 이후 대부분의 영국 총리는 달라이 라마와 면담했다. 런던 올림픽대회 기간 중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도 예정돼 있어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2008년 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 프랑스가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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