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발표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결과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의 사찰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검찰이 전 정권을 끌어들여 현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물타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과거 정부의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도 현 정부의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유사하게 정치인과 순수 민간인 등에 대한 동향 및 비위를 파악,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윤여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 17명과 언론인 1명, 강모 당시 서울은행장 등 민간인 5명이 사찰을 당했으며, 33곳의 민간 건설사에 대한 건설 관련 법률 위반 점검 등 4건의 사찰 사례도 상세히 설명했다. 2008년 2월 조사심의관실 폐지 당시 일부 문건이 파기된 사실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사례는 공무원 비위 관련 감찰과 첩보자료 수집이 대부분으로, 현 정부 들어 벌어진 광범위한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검찰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공적 기관에 의한 사찰이 현 정부에서만 벌어진 '특별한 불법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은 사실상 현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수사팀은 또 "1999~2007년 공직자, 정치인, 민간인 등에 대한 비위 첩보 수집 사실도 확인했다"며 노무현 정부 이전 김대중 정부에서도 사찰이 있었다고 밝혔다.
불법사찰 사건의 의혹을 해소했어야 할 검찰이 부실 수사도 모자라 도리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등이 전 정권에서도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수사결과를 뺄 경우 닥칠 또 다른 비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검찰이 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찰을 언급한 것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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