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들의 발길이 다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CEO들은 물론 총수들까지 중국행이 잦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황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결국 ‘믿을 곳은 중국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말 현대차의 베이징 3공장 준공식과 기아차 옌청 3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한 뒤 중국시장을 둘러 볼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 회장은 해외공장 준공식에는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준공식 행사참석 보다 중국시장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지만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 하지만 중국정부가 최근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내수확대가 다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2008년 미국이나 올해 유럽시장에서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을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3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기존 1, 2공장과 함께 연간 1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앞서 삼성 최고경영진도 중국을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사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해 향후 반도체, LCD 등의 투자 확대와 중서부 지역 진출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주로 그룹 안살림을 챙기는 데 주력해왔던 역대 미래전략실장과 달리, 최 실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한 것이 눈길을 끈다. 때문에 재계에선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약속된 일정이긴 하나)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직접 중국을 갔다는 건 그룹 차원에서 중국에 주력한다는 의미”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하기 일주일 전 삼성전자 중국법인장을 전격 교체하고 법인장 위상을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재순 신임 중국법인장은 마케팅 귀재로 평가 받은 인물로 이번 인사는 그만큼 중국내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최 실장은 삼성전자 CEO 때부터 중국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의 중국행이 잦아졌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을 둘러본 데 이어 지난 달 SK하이닉스 이사회를 중국에서 열기도 했다.
LG전자의 경우 CEO인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 후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으며, 해외법인장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법인장으로 사장급으로 배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미국과 유럽이 안 좋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시장은 중국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회 중국국제철강회의에 직접 참석, 현지 시장동향을 체크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연초에 중국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최근엔 중국 주유소 시장공략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만큼 전 세계를 통틀어 그래도 중국시장의 전망이 가장 밝다”면서 “아마도 중국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각축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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