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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권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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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권은 어디 갔나

입력
2012.06.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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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한 중학교 여교사의 질문. "회장님!, 북한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이런 생각,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여교사가 웃으며 "정답은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요즘 중학생들이 학생생활지도가 너무 힘들어 선생님들 간의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물론 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착하고 귀한 제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말이 교직사회에 회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귀하게 자라 자기 개성과 주장이 강한 학생들 중에서 수업을 방해하고 생활지도를 따르지 않는 문제행동 학생들이 증가하는데 있다. 문제행동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교권추락의 현실을 학부모나 우리 사회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실은 너무나 어둡다. 최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의 '학교구성원의 학교만족도와 학교문화 인식의 관계 보고서'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 등 교육구성원 중 학교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이 교사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스승의 날 3,721명의 유·초·중등 및 대학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사기 및 만족도 수치가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언·폭행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 일산의 한 고교생이 교내 흡연을 확인하려는 생활지도 교사를 폭행하고, 부산 여중생이 복장불량을 훈계하는 여교사를 폭행해 실신한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건보다는 학교에서 쉬쉬하고 넘어가는 사안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권수호는 단지 교사의 인권과 가르칠 권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교육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 됐다. 한 번 무너진 학교질서와 교권추락은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열정을 갖고 교육에 임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교권수호를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교직사회는 솔선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존경받는 새로운 교사상 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교권은 부여되기에 앞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정받아야만 지속성과 영향력이 있다. 따라서 선배 교육자의 헌신과 초임교사 시절 가졌던 열정을 회복해 제자를 사랑하고 학부모와의 관계증진 등을 통해 새로운 교사상을 교육계 스스로 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내와 열정을 갖고 문제행동학생에 대한 상담과 가정방문 활동에 적극 나서고, 학교폭력 근절과 시대흐름에 맞는 학생지도방식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가 원하는 교사상이 라고 확신한다.

둘째, 학부모들도 자녀의 가정교육, 이른 바 '밥상머리 교육'에 적극 임해주길 호소한다. 자녀에게 선생님 험담은 자제하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말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교육후원자의 자세이다. 무조건적인 민원과 진정,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의 폭언과 폭행은 교사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급증하는 교권침해와 예방에 대한 행정적 지원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교육의 수임자인 교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증가함에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 교권사건이 발생하면 교육청이 나서 해결해주는 '원스톱 시스템방식' 등 촘촘한 교권보호 장치를 한시바삐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와 정치권은 교권보호법 제정에 즉각 임해야 한다. 교육기본법 등 각종 법령에 국가의 교권보호에 대한 선언 조항이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교권보호를 위한 관련 법령이 미비하다. 정치권은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교권보호법 제정을 통해 실질적인 교권 보호장치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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