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피그스(PIIGS)의 낙인 효과일까, 아니면 정말 위험한 걸까.
구제금융의 불길이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넘어 스페인까지 번지면서 이탈리아를 향한 의심의 시선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엔 앞선 국가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국채 금리는 위험수위에 다다르며 이탈리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12일(현지시간) 공영 라디오에 출연해 "미래에도 이탈리아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편견과 상투적인 발언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다른 피그스 국가들과 달리 구제금융은 필요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스페인 정부도 구제금융 신청 바로 직전까지 "구제금융은 없다"고 공언했듯, 이탈리아 정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파다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위험수위인 6%를 넘어 6.2%에 육박했다. 특히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총리가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는 분명 다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4%(2009년) →4.6%(2010년) →3.9%(2011년) 등으로 축소되는 추세고, 경상수지 적자 비율(작년 -3.1%)도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의 방화벽이 꽤 두텁다는 얘기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작년 초 국채 금리가 마지노선이라는 7%를 넘어선 뒤 근 20일 가량 이런 상태가 지속됐음에도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며 "여기엔 무엇보다 몬티 내각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정부부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많다는 점이다. 작년 말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20.1%로, 스페인(68.5%)의 그의 두 배에 육박한다. 재정적자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크게 늘어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단시일 내 줄어들 여지도 없다. 구조적인 저성장도 이탈리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최근 11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고작 0.4%에 그친다. 이런 불안 요인에 스페인 전염 효과가 기폭제가 되는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이탈리아마저 구제금융에 기대게 된다면 그 금액은 다른 피그스 국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은행권을 제외하고 재정에 투입되는 규모만 5,0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이탈리아가 위험해지면) 결국 독일과 프랑스가 추가로 돈을 부담해야겠지만, 이렇게 되면 유로존은 붕괴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래서 어떻게든 이탈리아의 구제금융만큼은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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