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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살, 순직 그리고 보훈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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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살, 순직 그리고 보훈정책

입력
2012.06.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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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해 동안에 우리나라에서는 1만5,566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매일 42.6명이 자살한 것이다. 자살률은 10만 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고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11.3의 2배를 넘어 3배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3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지만 비용보다도 우리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피해는 어떤 통계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다.

우리 군에서도 자살사고가 부대 운영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에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구타, 폭언, 가혹행위 등 묵은 악습을 제거하고 인성검사, 상담, 집중관리 대상자 선정, 스트레스 관리, 자살예방 교관 양성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 동안 우리 군에서는 매년 평균 140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자살자는 평균 7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군 사망사고 건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지만 그 중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 추세로 2000년대 초만 해도 자살자의 비율이 40~5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60%대를 넘어서고 있다.

자살 사고에 뒤따르는 문제들도 심각하다. 부모들은 대부분 자식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고 군에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악습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군의 사고조사에 대한 불신 등으로 아직도 많은 사건들이 미결 상태에 있다.

지금까지 군에서는 전공 사상자 처리 훈령의 규정에 따라 사망자를 전사, 순직, 일반사망, 기타 즉 변사와 자살로 구분하고 있으며, 자살자에 대해서는 소액의 위로금만 지급하고 일체의 보상이나 예우가 없었다.

그러나 군 복무와 관련된 원인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 그 책임이 국가에 있고 국가는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자해 사망자도 원인에 따라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제·개정 되는 등 사회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국방부는 전공사상자처리 훈령을 개정했다.

개정의 요지는 사망자 구분에서 자살자 분류 항목인 기타사망 구분을 삭제하고 이를 일반 사망으로 분류해 사안에 따라서는 순직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과 예우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해 사망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져야할 부분은 책임을 져야하고 적정한 예우와 보상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해 사망자에 대한 보상과는 별개로 분명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전사, 순직, 보훈, 국가유공자 등을 법으로 정하고 예우하는 기본 취지와 이념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보훈기본법 제2조 기본이념에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며 이를 정신적 토대로 삼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국가보훈의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의 잣대로 보면 자해 사망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고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국방부 정책 전환에 전적으로 공감 한다 해도 자해 사망자가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해야 할 국가보훈의 대상이 된다는 것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한 직무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의미인 순직의 범주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또는 수행하지 않고 사망한 사람도 포함시키는 것이 결코 자연스러운 모양은 아니다.

자해 사망자에 대한 국가보상을 기존 보훈 대상자 분류의 틀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다 보니 생기는 모순이다. 보상과 보훈 그리고 전사 및 순직과 일반 사망은 엄격히 구분되도록 별도의 규정이나 별도의 분류 기준을 두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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