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머리가 앞머리 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기에 옳거니, 이제 비로구나 하며 편의점에서 비닐우산 두 개나 사들인 게 그제였는데 여직 깜깜 무소식이다. 가을도 아닌데 어찌나 높고 구름 없이 파르란지 눈 부셔하면서도 길 가다 문득 하늘 올려다보기를 몇 번이나 하게 되는 건 정말이지 진심어린 걱정이 되어서였다.
때 되면 알아서 척척 내려주던 비가 대체 왜 말라버렸는가 말이다. 기온은 높지 아스팔트는 뜨겁지 스트레스는 과열이지 하여 커피도 아이스만 찾은 지 오래, 나도 양심은 있는 지라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얼음을 꺼내 오독오독 깨물며 이 물기의 소중함 그 간절함에 대하여 새삼 고마운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물 아껴라, 물 무서운 줄 알아라, 대변도 아니고 소변 살짝 눈 것뿐인데 제 오줌 더럽다며 물 내리기 바빴던 내게 아빠는 연신 잔소리 타령이곤 했다. 회사 일로 아프리카의 최대빈국 중 한 곳인 수단에 다녀온 뒤로는 그 레퍼토리의 반복이 더욱 심했더랬다.
저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글 올리라니까. 이 닦다 말고 꼭 그렇게 물 콸콸 틀어놔야 고민이 해결 된다디? 지금 아프리카 아이들은 마실 물 한 컵이 없어서… 아, 알았어, 알았다고요. 예전 같으면 입 삐쭉 눈 흘깃하고 말았을 얘기에 순순히 고개 끄덕거리는 걸 보면 장마가 예고된 말일까지는 마음에 이 글귀 단단히 새길 참인가보다. 안도현 시인이 선창했다지. 비는, 오지 말고 오시었으면!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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