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를 중계하는 꼴이 아니냐."
K리그 사상 첫 무관중 경기에 대한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4일 오후 7시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지난 3월24일 홈 경기에서 대전 서포터스가 인천의 마스코트를 폭행하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무관중 경기' 징계가 내려졌다.
인천은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내린 '제3지역 개최'를 뒤집어 징계 수위가 더 무거운 '무관중 경기'를 택했다. 그러자 선수들과 연맹, 상대 구단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의 한 선수는 "어이없다. 관중도 없는데 선수들이 경기를 즐겁게 할 수 있겠나. 솔직히 의욕이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연맹 관계자는 "왜 인천이 무관중 경기를 주장했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3지역 경기는 팬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다. 하지만 홈 무관중 경기는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팬들을 배제한 것"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포항도 송도에 있는 포스코 직원을 초청해 홍보와 프로모션을 할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중계 일정까지 잡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하게 됐다. 인천과 포항 경기는 남인천 방송을 통해 중계된다. 한 선수는 "관중도 없는데 중계라니 연습경기를 중계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 경기장에 관중이 없는 장면이 두고 두고 남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팬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관중 경기를 중계할 수 있게 돼있다.
연맹은 지난 3월2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제3지역 개최' 징계를 내렸다. 징계에 불복한 인천은 4월5일 재심을 요청했다. 인천은 "지금껏 홈이 아닌 다른 구장에서 경기한 적이 없다. 홈을 떠나서 경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4월19일 연맹 이사회가 열려 '제3지역 개최'와 '무관중 경기'가 표결에 부쳐졌다. 결국 1표 차이로 '무관중 경기' 징계가 내려졌다.
연맹은 프로축구 30년 역사상 무관중 경기를 단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어 경기 개최 '가이드라인'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문의했다. AFC는 지난 5월 성남과 톈진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무관중 경기로 치른 적이 있다. 당시에도 관중 난동이 '무관중 징계'의 원인이 됐다. 무관중 경기는 매표소가 폐쇄돼 입장권을 사고 팔 수 없다. 그리고 본부석을 제외한 출입구가 모두 잠긴다. 연맹 관계자, 구단 임직원, 미디어, 중계팀만이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다.
유럽에서도 무관중 경기를 종종 보게 된다. 이 같은 징계는 대부분 훌리건들의 난동이나 소요 사태에 의해 비롯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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