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A씨는 2010년 겨울 케이블TV 롯데홈쇼핑에서 ‘하루 6시간 사용해도 월 전기료 단 404원’이라는 전기난로 판매방송을 봤다. 쇼 호스트는 “아이스크림 하나 값도 안 되는 돈으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고 광고했다. 보일러는 밤에만 틀어도 난방비가 10만원을 훌쩍 넘는데 하루 종일 틀어도 몇 천원이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A씨는 전기난로를 구입했다. 그런데 한달 뒤 날아온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무려 52만원이 적혀 있었다. 월 평균 3만5,000원 정도이던 전기요금이 15배나 치솟은 것이다.
이유는 많이 쓸수록 비싸지는 전기요금의 누진구조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월 사용량 100kw 이하 1단계면 kw당 56.2원이지만, 500kw를 초과해 6단계가 적용되면 656.2원으로 11.7배나 비싸진다. 소비전력 1kw/h인 전기용품의 경우 매일 6시간씩 30일이면 사용량이 180kw여서 누진 단계가 2계단 올라간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쇼 호스트가 전기난로 제품을 소개하는 중간에 ‘누진제 미적용시’라는 단서를 슬쩍 끼워 넣거나 화면에도 일반 글씨의 4분의 1정도로 잘 알아볼 수 없게 표시했다. 미디어닥터, 에코웰, 무성 등 3개 업체는 누진제를 적용 받아 전기요금이 과다하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안내하지도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들 4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광고에 속지 않도록 요금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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