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부 김모(27)씨는 신혼집인 20평형대 소형아파트의 부엌을 꾸미는 일로 고민해 오다가 최근 쾌재를 불렀다. 가구인테리어 전문가가 내 놓은 400만원 이상의 견적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진 결과 생각하지도 않았던 유명 가구 전문업체가 불과 반 값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구 업계에'스몰 앤 칩(Small & Cheapㆍ작게 싸고) 열풍'이 불고 있다. 덩치 큰 고가 제품 보다는 소형의 저가 제품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는 것. 불황이 이어지면서 싼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다, 싱글족과 모노가구가 급증하면서 크기는 줄이고 값은 기존 제품의 절반 내지 3분의 1로 파격적으로 낮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구 전문업체 리바트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달 온라인 주문가구 '케이티오' 브랜드를 출시했다. 케이티오는 20~30평대 소형아파트나 빌라 등에 들어가는 부엌가구인데, 인터넷을 통해 견적을 뽑아볼 수 있는 게 특징. 소비자가 주방의 사이즈만 입력하면 인테리어 견적 예상 비용을 알려준다. 단 주방사이즈가 108~304㎝로 작게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주방사이즈를 300㎝로 입력하면 200만원대의 가격이 산출되는데, 여기에 부가서비스인 ▦주방가구철거 15만원 ▦타일시공 15만원 ▦수납장 7만원 ▦수도공사 8만원 등도 일일이 선택해 결제할 수 있다.
리바트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장을 직접 찾는 고객은 감소하는 대신 온라인을 통한 소형 가구의 매출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1인 가구나 신혼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가구를 중저가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구 전문업체 한샘은 아예 주요 마케팅 타깃을 1인 가구와 신혼 부부로 바꿔가고 있다. 한샘은 2년 전 1인 가구를 위한 '샘'시리즈를 온라인 출시했다. 이 제품은 불과 1년 만에 115억원의 '대박'을 친 것. '샘'시리즈는 일반 매장이 아닌 자사 온라인몰인 '한샘몰'에서만 판매한다.
샘 시리즈에 고무된 한샘은 이어 싱글족을 위해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맞는 '틈새옷장세트' 등을 중저가로 내놓았다. 일반 옷장의 폭이 최소 45㎝인데 비해 틈새 옷장은 40㎝로 자투리 공간에 유용하다. 가격도 3분의 1 수준. 지난 달에는 온라인 전용 침실가구 '플레인'까지 출시해 중저가 라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역시 '한샘몰'에서만 판매하는데 침대(퀸사이즈)의 경우 작은 공간에 들여 놓을 수 있도록 기존 제품보다 8㎝ 가량이 작다. 가격도 일반 침대가 최소 100만원대라면 '플레인'은 60~70만원대부터다. 한샘이 100만원대 미만의 침대제품을 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샘 측은 "1인 가구를 위한 '샘'시리즈가 올 4월까지 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하반기에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 상승한 8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작고 저렴한 가구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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