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1년10월. 올해 SK그룹을 새 주인으로 만날 때까지 11년여 동안 이 회사는 암흑기였다. 채권단의 빡빡한 자금관리, 잇따른 구조조정, 거듭되는 매각작업실패 속에 투자도 없었고 해외진출도 없었다. 그저 장비를 수리하고 개량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SK그룹을 새 주인으로 만난 하이닉스가 이제 11년의 한을 풀고 있다. 밀렸던 투자를 재개하고, 해외 유수업체들과 과감히 손을 잡는가 하면, 인수와 설립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SK하이닉스 내에선 지금 "든든한 새 주인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 이탈리아 기술센터로 전환 설립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달 인수한 아이디어플래시에는 평균 경력 12년 이상의 개발 전문 인력 50여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SK하이닉스 이탈리아 기술센터장에는 카를 골라 전 아이디어플래시 CEO가 임명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센터를 유럽의 R&D전략 거점으로 활용, 기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분야의 R&D와 함께 최대한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이로써 북미 및 아시아, 유럽 3개 대륙에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스팬션과 낸드플래시 크로스라이선스(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달엔 세계 최대 IT기업인 미국 IBM과 함께 차세대메모리 반도체인 PC램의 공동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제휴도 맺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해외진출과 제휴에 나설 수 있는 건 든든한 실탄이 확보됐기 때문. SK그룹은 올해 SK하이닉스의 투자액으로 4조3,000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올 초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기존 에너지 통신 외에 반도체를 그룹의 3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 이천 소재 반도체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해 신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보다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무엇보다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 동안 소극적이고 방어적이었던 회사 경영전략이 앞으로는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연구인력도 대폭 확충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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