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미국 평균 가계의 순자산 가치가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으로 중산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며 빈부격차도 심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일 발표한 미국 소비자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미국 중간치 가계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는 7만7,300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7년 12만6,400달러에 비해 38.8% 감소한 것이로 199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거의 한 세대에 걸쳐 축적한 부가 3년 만에 증발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89년부터 3년마다 미국 가계의 주택, 은행계좌, 주식,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부채 등을 조사해 소비자금융 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 가계의 자산이 감소한 것은 무엇보다 주택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2007년 11만달러에서 2010년 7만5,000달러로 3년간 42% 추락했다. WP는 부로 향하는 상징이었던 주택소유가 환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소득도 줄었다. 2010년 미국 가계 소득 중간치는 4만5,800달러로 2007년 4만9,600달러에 비해 7.7% 감소했다. 빚은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14.8%에서 16.4%로 증가했다. 60일 이상 채무를 연체한 비율도 7.1%에서 10.8%로 증가했다. 반면 전년에 저축을 했다고 밝힌 비율은 56.4%에서 52%로 줄었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저축은 못하는 악순환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불황 속에 가장 타격을 받은 계층은 중산층이었다. 2007년부터 3년간 소득수준 40~59%에 속하는 중산층 가정의 순자산은 9만2,300달러에서 6만5,900달러로 28.6% 감소한 반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순자산은 117만2,300달러에서 119만4,300달러로 오히려 1.8% 늘었다. 소득 상위 10%의 평균 순자산은 소득 하위 20%의 순자산 6,200달러의 192배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는 2007년 138배와 2001년의 106배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어서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싱크탱크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의 재러드 번스타인은 "이번 발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며 "(불황기에)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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