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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의협의 포괄수가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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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의협의 포괄수가제 반대

입력
2012.06.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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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포괄수가제(진료비 정찰제)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개원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대한안과의사회가 가세해 백내장 수술 중단을 선언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일주일 간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7개 질환 수술(백내장, 편도, 맹장절제, 탈장, 항문, 자궁적출, 제왕절개)에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경우 백내장 수술의 건강보험 수가가 10%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수입 감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의사들의 수술 중단은 명백한 진료 거부"라며 고발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해 놓고 있다.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기를 든 의협은 이 제도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포괄수가제가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당장 시행은 시기상조"라며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도입하면 의료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시각은 다르다. 포괄수가제가 의료 서비스의 적정 가격과 질을 보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병원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의료 양과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통제되기 때문에 의협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포괄수가제를 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보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환자부담 줄고 '저질·거품 진료' 방지효과… 의료계 반대는 수입감소 우려한 억지일 뿐"

7월부터 100 병상 미만의 병·의원급에서 수술하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등에 대해 '진료비 정찰제'가 의무 시행된다. 포괄수가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만성화한 과잉 진료를 방지하는 대안이자, 적정 진료 수준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제도다.

질 좋은 의료란 비싸고 진료 양이 많은 게 아니라 적정한 진료다. 적정 진료에 합당한 가격을 매겨 지불하게 하는 것이 포괄수가제다. 기존에는 가격과 의료서비스 정보 모두 환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환자는 병원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대로 지불했고 의료기관 선택 역시 주변인의 '카더라'에 의존했다.

이런 조건에서 진료비 정찰제가 '가격'과 '의료의 질'에서 환자에게 주는 효과는 적지 않다. 첫째, 우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되어있는 비급여 진료비를 상당 부분 보험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부담이 평균 21%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둘째, 가격이 투명하게 드러나 환자와 건보공단 모두 치료비가 예측 가능해진다. 셋째, '표준진료지침'과 같은 질 관리 체계가 포괄수가제와 연동됨으로써 환자가 적정 진료에 대한 분별력을 높일 수 있다. 즉 '저질진료'나 '거품진료'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넷째, 과잉 진료와 비급여를 통제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고,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수가가 너무 낮아 제도를 시행하면 의료인이 (수입보전을 위해)과소 진료 할 수밖에 없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선택권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협의 속내엔 병원의 수입 감소 우려가 깔려 있다. 포괄수가제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병원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의료 양과 비급여 진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적정 진료 수준을 제시해 의료의 질 관리까지 받게 되니 의협으로서는 수입도 줄 것 같고 의료 질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 같아 반대하는 것이다. 의협은 "지금처럼 하고 싶은 병원만 참여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포괄수가제 수가가 행위별수가제의 평균진료비보다 높으면 참여하고, 낮으면 참여하지 않을 수 있어, 병원 수입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또 '포괄수가제 시행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현행 수가 수준에서는 시행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의협은 '기대하는 수입을 보장해 줘야만 질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다'고 국민을 위협하면서 수입보장 투쟁을 하고 있다. '의료인으로서의 책무'도,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도 결국 '수입이 보장될 때만'을 조건부로 성립하는 수사일 뿐이다. 수입을 위해 과소 진료하는 의료인이라면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적정 진료 하겠는가. 또 '수입이 보전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잉 진료와 과소 진료를 한다는 말은 진실일까. 의료수가는 과잉진료와 과소 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낮은가.

원가공개를 해보자. 수가의 적정성은 누가, 어떤 요소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적정 수가의 수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적정노동력 비용(의료인 입장에서 기대 수입)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적정원가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또한 포괄수가제의 질 저하 위험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초음파, MRI 검사같이 고가진료비를 10배 이상 받아도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비급여 질 관리가 더 급하고 심각하다. 의협이 환자를 위해 의료 질 하락을 걱정하는 거라면 이미 초음파, MRI 같은 비급여 의료 질 관리에 나서야 했다. 비급여 진료가 병원과 의료인에게 수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좋아도 의료계 반대로 시행 못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평균 30~40%의 비급여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환자는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없다. 이에 대해선 모른 체하면서 '환자 위해 의료 질 하락시키는 포괄수가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의협이 과잉 진료 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의료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의료의 질만 관리된다면 진료비 정찰제는 환자에게 좋은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 나라와 미국, 대만, 호주 등 어떤 나라에서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나 보고는 없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 "의료의 질 하향 평준화로 환자에 불이익… 수가체계 현실화 등 미비점 보완이 우선"

과연 포괄수가제가 무엇일까? 일반 국민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정서상 국민들은 이 제도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의사들이 반대하고 정부가 강행한다면 '국민들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국민정서에는 의사집단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부터 대한의사협회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전문가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의사의 이익보다는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괄수가제는 필연적으로 그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제도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간단히 말해 포괄수가제는 같은 병명으로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경우 무조건 같은 돈을 내는 제도이다. 물론 개인의원에서 치료받는 경우와 그 규모가 조금 큰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는 수가의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가격을 정하고 그것에 따르는 치료의 내용을 맞춘다는 것이다. 국민은 능력과 상황에 따라 자신이 치료의 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좋은 치료를 원하는 국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을 획일적으로 하향 평준화시키는 제도이다. 이동통신을 이용할 때, 본인의 경제적인 능력과 그 용도에 따라 3G를 사용할지, LTE를 사용할지는 각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다. 이를 국가가 하나로 강제 지정한다면 상당한 반발과 저항이 있을 것이다.

만일 한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입원한 후 퇴원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포괄수가제가 강제 시행될 7월 1일 이후부터는 의사는 이미 정해진 치료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수술 후 통증을 없애기 위한 무통주사를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주사를 맞고 따로 돈을 내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 통증을 겪어본 분들은 그 아픔을 잘 알 것이다.) 이때 의사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산모와 그 보호자에게 "포괄수가제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무통주사를 놓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산모의 호소를 무시하는 방법, 둘째 정말 산모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의사의 양심상 어쩔 수 없이 무통주사를 공짜로 놓아주는 방법, 세 번째, 편법으로 일단 퇴원을 시킨 후 바로 재입원시켜 무통주사를 놓는 방법이다. (제왕절개 후 며칠은 걷는 것조차 힘든데, 퇴원수속하고 나갔다가 다른 병명으로 다시 수속하고 입원해야 한다.)

당신이 산모라면 혹은 보호자라면 어떤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의사들은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또한 이렇게 미리 비용을 정해놓은 산부인과의원에서 정말 영양가 있는 미역국을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100번 양보해서 이쯤은 참을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의료재료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 몸 속에 직접 들어가는 봉합사를 포함한 의료재료의 경우 싼 것을 쓸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경우 수술 후 상처가 곪는다든지 하는 합병증의 가능성을 분명히 증가시킬 수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국민들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의료의 비용 역시 상승하고 있고 정부는 그 의료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의협 역시 이러한 비용절감이 불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의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용통제는 필요하다. 다만 준비가 부족한, 강제 시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포괄수가제가 시행되고 있고, 제도의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한 여러 나라들은 의료의 근간이 국가 주도적이고,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수가체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나라들은 그 준비기간이 충분했으며 수 십 년에 걸쳐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온 나라들이다. 선 시행 후 보완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생명의 희생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원가의 70%밖에 되지 않는 의료수가에 대한 현실화, 정확한 질병분류체계 확립, 사후 적정성 평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은 포괄수가제는 절대 성급히 강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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