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정부 세력이 12일 대규모 반 푸틴 시위를 했다. 러시아 정부가 불법 시위에 종전보다 150배 인상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첫번째 대규모 시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재확인하면서, 러시아 정국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푸틴의 3선에 반대하며 재선거를 주장하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푸틴은 도둑놈” “러시아 없는 푸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이날 시위는 구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새로운 국가로 출범한 날을 기린 ‘러시아의 날’을 맞아 야권이 기획한 ‘100만인 행진’ 행사로 치러졌다. 반정부 활동가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1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했으나 러시아 경찰은 1만8,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나라를 약화시키고 사회를 쪼개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ㆍ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ㆍ하원은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행사 등 불법 집회 참가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일반인 30만루블(1,050만원), 공직자 등은 60만루블(2,100만원)로 상향하는 법안을 이달 초 통과시켰다. 외신은 12일 100만인 집회에 러시아 경찰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를 보면 앞으로 푸틴이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는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해 왔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11일 야권 운동가들의 자택에 무단으로 침입, 압수수색을 하는 등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응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아침부터 경찰을 동원해 세르게이 나발니 등 유명 야권인사의 집을 급습했다. 나발니가 트위터를 통해 압수수색 사실을 외부로 알렸고 여성 앵커 크세니야 소브착, 국민자유당 보리스 넴초프 등도 트위터에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러시아 야권은 이날 압수수색이 100만인 행진을 앞두고 반정부 시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러시아 지부장 세르게이 니키틴은 “야권 인사들 가택수색이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러시아 정부 스스로 지난달 6일 시위 관련 수사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의사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기 위해 법률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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