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없어 허덕이던 한진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했다. 비록 중형이기는 하나 모처럼 컨테이너선 10척을 한꺼번에 따낸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배는 부산 영도조선소가 아니라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짓게 된다.
한진중공업은 유럽의 한 선주사로부터 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체 수주금액만 4억5,000만달러(5,000억원)에 달한다.
한진중공업은 현재 이 배와 비슷한 규모의 추가수주협상도 벌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세계적인 해운시황 악화와 조선 경기 둔화로 지난해 초 이후 별다른 수주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최근 수빅조선소의 원가경쟁력에 힘입어 선주들로부터 발주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비해 인건비와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도조선소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선박 수주가 단 한 척도 없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마지막 선박마저 선주사에 인도되면서 방위산업 물량을 제외하곤 도크(선박조립설비)가 텅텅 비었다.
영도조선소는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은 곳. 회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보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이나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후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이 약속됐지만, 정작 일감이 없어 조선소 자체는 배를 한 척도 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705명 가운데 558명이 강성의 금속노조를 탈퇴, 온건성향의 기업노조로 옮겼고, 회사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사측이 장기적으로 영도조선소를 폐쇄할 목적으로 수주물량을 일부러 수빅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영도조선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절감, 신공법개발 등 생산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작업을 하고 있어 조만간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며"앞으로도 노조의 협조 아래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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