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몸짓·도구의 어울림… 표현을 확장시키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몸짓·도구의 어울림… 표현을 확장시키다

입력
2012.06.12 12:13
0 0

오브제는 단순한 도구 혹은 보조물이 아니다. 때로 그것은 인간의 몸 속으로 스미며 예기치 못한 이미지로 환생해 의식을 파고 든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이 이번에 각각 펼치는 무대에는 육체 언어가 다양한 오브제와 어울려 우리 무용을 살찌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호시탐탐'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강하다. 분라쿠 등 일본 전통 공연 양식과 흡사한 동작으로 무대를 짓누르는가 하면 뻗정다리로 무대를 휘저으며 다니는 무사들의 움직임에는 스모처럼 남성성이 드러나 있다. 함께 출연하는 여성 무용수들은 여성적 섬세함의 몸짓으로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기모노 차림을 한 일본 여인들이 특유의 걸음새로 무대를 돌아 다닌다.

남녀의 무리는 각각 춤을 추다 어느새 같은 방식으로 춤 추더니, 서로 뒤엉키며 격렬한 동작을 보여준다. 두 쌍의 남녀가 참여하는 이 대목은 무대 한 켠에 놓인 철골 구조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편 남녀 두 집단으로 나뉜 무용수들은 여전히 경계의 몸짓을 풀지 못한다.

두 길 길이의 널빤지가 자아내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널빤지를 한 개씩 든 무용수들은 이를 세우거나, 바닥에 눕히거나, 비스듬히 걸치고 가거나, 무릎 구부리고 원을 그리며 돈다. 남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밀고 당김의 양상이 내재돼 있다. 즉흥처럼 보이는 무용수들의 행동이 흩어졌다 모이면서 순간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독특한 걸음걸이로 개성적 스타일을 구축한 뮤지컬 안무가 밥 포시의 스타일을 언뜻 연상케도 한다.

홍승엽 예술감독은 "즉흥인 듯 보이지만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며 "내 안의 자아를 일깨우는 명상적 구도의 춤, 젊었을 때 가졌던 춤에 대한 환상, 구도의 길에 대한 오마주(hommageㆍ경의)"라고 말했다. 항상 남의 것을 탐하는 인간 본성,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 등 2부로 이뤄진 이번 무대는 그의 인간론인 셈이다. 권민찬 김동현 김영지 등 출연. 15일~17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한편 국립발레단의 'Poise'에서 오브제는 무대와 동등한 기능을 갖는다. 무용수 입장에서 보자면 달가울 것이 없다. 우선 천정에 매달린 50개의 오브제는 혼란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 지름 16m짜리 회전 테이블이 등장하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는 혼돈을 일으킨다. 동작선이 끊기고 시점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회전하지 않는 바닥과 회전 원판 사이를 오가야 할 무용수들은 기준점이 필요하다. 해결책은 회전 테이블의 표시점(marking point)을 기준으로 해 동작을 부드럽게 잇는 것. 안무가 안성수씨는 "보통 연극에서 장면 전환용으로 쓰이는 회전 테이블을 활용해봤다"며 "발레를 새롭게 시도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무대를 한마디로 하자면 혼돈 속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관람 연령대도 '초등학생 이상'으로 잡았다.

눈뿐만 아니라 귀도 즐거울 무대다. 민속악과 재즈적 요소가 혼합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주조로 해 남녀 12쌍이 추는 화려한 군무가 장관이다. 지극히 우아한 파드되에서 격렬한 회전도 볼 만하다. 김지영 김주원 이영철 등 출연. 29일~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