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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그을린 사랑' 과거의 비극 앞에 선 한가족 진실과 마주하며 단단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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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그을린 사랑' 과거의 비극 앞에 선 한가족 진실과 마주하며 단단해지다

입력
2012.06.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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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연 연극 '그을린 사랑'의 개막을 기다리는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희곡으로 먼저 쓰여졌지만 우리에겐 지난해 개봉된 드니 뵐뇌브 감독의 영화로 먼저 소개된 까닭이다. 그리스 비극에 비견할 만한 극적인 스토리를 압도적 풍광에 녹인 영화의 감동을 아는 관객들이 과연 이 연극에 마음을 열까.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레바논 출신의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아즈디 무아와드의 대본은 영화의 유려한 미장센 없이도 충분히 큰 힘을 발휘했다. 5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을린 사랑'은 과거의 비극에 맞서는 한 가족의 여정을 시적인 대사의 조합으로 끌어 가는 연극이다. 각 캐릭터의 방백이 중구난방 쏟아지는 듯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이야기가 완결성을 띠는 잘 맞춰진 퍼즐 같은 작품이다.

연극은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이 어머니 나왈의 유서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을지 모르는 생부와 남자 형제를 찾으러 어머니의 고향 중동을 찾는다. 연극은 오이디푸스 신화와 유사하게 진행되지만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고통 자체가 아니라, 운명에 저항하고 극복하려 애쓰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이 연극에서 음악과 음향은 영화의 뛰어난 영상언어를 대체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국악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작곡가와 연주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약해 온 정재일씨가 작곡 및 음향디자인을 맡았다. 격렬한 내전을 겪었던 나왈의 비극적 운명을 설명하듯 총알 자국 선명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잔해를 표현한 무대장치 등으로 꾸민 무대도 인상적이다.

대사의 비중이 큰 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인데 연기자 간 편차가 큰 점은 아쉽다. 초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인 잔느(이진희)와 시몽(김주완), 유언집행인 르벨(백익남)의 조합은 다소 겉도는 느낌이다. 그래서 60대의 나왈을 연기한 이연규, 잔느와 시몽의 출생의 비밀을 전하는 샴세딘 역의 남명렬 등 내공 깊은 배우들이 주로 극을 이끄는 2막의 객석 몰입도가 더 높았다.

사전에 각 배역의 이름 정도는 미리 살펴보고 관람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주인공 나왈을 3명의 여배우가 나이대별로 나눠 맡고 대부분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소화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헷갈릴 수 있다. 가부장적 아랍사회의 여성의 삶과 이 지역 장례문화 등에 대한 지식도 극 이해에 도움이 된다. 7월 1일까지. 연출 김동현. 1644-2003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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