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국가문물국의 '역대 장성 총 길이 발표'에 대해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학자들은 과거 고구려, 발해 지역의 성을 장성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날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발표에서 언급된 장성 총길이는 만리장성뿐만 아니라 연, 진, 한 등 중국 역대 장성 관련 유적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종수 단국대 교수는 "요서지역은 장성 유적을 알 수 있지만 요동은 확인할 수 없다"며 "중국이 주장하는 장무, 개원 일대 장성 유적은 대부분 추론이지 실제 발굴조사로 확인된 예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산악 지역이 많은 요동은 장성 흔적이 확인되지 않고 봉수 유적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장성 길이 발표는 2002년 추진된 동북공정과 연구 주체와 내용이 다르다"며 "고구려, 발해사의 중국사 편입이 쉽지 않자 한족의 영토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중국 학계가 연구 방향을)전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의현 강원대 교수도 "중국이 주장하는 신강과 흑룡강 지역 장성 흔적은 고구려, 발해, 금나라가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도시 방어용 성일 가능성이 많으며 이것을 장성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승현 숙명여대 강사는 "중국 학계의 장성 개념 변화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며 "시, 군의 지원을 받은 학술연구가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대응과 관련해 이성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장성에는 다양한 개념이 존재하지만 (중국 발표에는)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사실로 검증되지 않거나 억측이 붙은 것이 많다"며 "학술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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