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탈출과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미국으로 유학 간 중국 시각 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고향인 산둥(山東)성에서 공산당원 102명이 한꺼번에 퇴출됐다. 다른 120명의 당원도 당적을 잃게 될 처지다.
중국 다중(大衆)일보 등은 10일 산둥성 서우광(壽光)시의 공산당원 102명이 당 기층 조직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34명은 업무태만, 나머지 68명은 한 자녀 정책 위반이다. 천 변호사는 한 자녀 정책이 당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일반 시민에게만 시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법 낙태시술 등이 만연해 있다고 고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천 변호사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차이이민(才利民) 부성장이 바이지민(柏繼民)의 후임으로 산둥성 정법위원회 서기에 임명된 뒤 이 조치가 전격 단행됐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산둥성의 공안과 검찰, 법원을 총괄 지휘해 온 바이 전 서기는 지난달 말 돌연 해임돼 천 변호사 사건과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서우광시에선 이 밖에도 당원 120명의 당적 등록이 일시 정지됐다. 당적 등록이 정지되면 평가 점수가 당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1년 내 당에서 쫓겨나기 십상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어 이런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쓰촨(四川)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이번 조치는 당의 악성 종양을 제거한 것"이라며 "당의 순결성과 선진성을 더욱 고양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당의 순결성은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강조하는 주제다.
일부에서는 순결성은 부패한 당원을 솎아내기 위한 명분일 뿐, 이미 가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신구세대 물갈이와 지방 각 단위의 권력 투쟁이 본격 전개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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