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터넷에 '실종된 동거녀의 딸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11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동거녀의 딸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남성이 올린 글은 '공덕역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집을 나선 동거녀의 딸 A(19)씨가 실종됐으니 찾아달라'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김모(36)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친할머니 집에 있는 것을 10일 확인했다"며 "A씨의 가출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어 내사를 벌이던 중 김씨가 수년 전부터 A씨에 대해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긴급체포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김씨가 자신의 가혹행위가 들통날까 두려워 인터넷 등을 통해 글을 올린 뒤 A씨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실종된 여대생을 찾는다'는 제목 아래 "5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딸이 핸드폰도 꺼진 상태로 실종됐는데 경찰에서는 단순 가출로 보고 기다리기만 하라고 한다"며 "(충격을 받은) 와이프도 자살 기도까지 해 혼수상태로 지내다 깨어났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여기에 A씨의 인적 사항과 얼굴사진까지 덧붙였다.
김씨의 글은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경찰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등 경찰을 성토하는 댓글을 올렸다. 130만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작가 이외수씨는 10일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공덕역 여대생 실종사건을 무한 리트윗 바랍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공덕역 여대생 실종사건'은 이날 한때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이틀 내내 인터넷을 달궜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어머니와 별거 중인 친아버지에게 연락한 결과 A씨가 경기 안산시의 친할머니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A씨는 당초 경찰에 "가정의 지나친 간섭이 싫었다"고 가출 이유를 진술했지만, 경찰은 A씨의 친지와 지인 등에 대한 탐문 수사 결과 김씨의 가혹행위 혐의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10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A씨의 소재 확인 사실을 올리자 일부 네티즌들은 "친딸도 아닌데 찾기 위해 애쓴 김씨의 부정(父情)이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