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ㆍ국정조사 추진 검토'란 강수를 꺼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여당이 앞장서서 속전속결식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이나 청와대를 두둔한다는 인상을 줬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질타 등 전후 맥락을 뜯어 보면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원칙적 언급을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짜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을 바닥에 깔고 한 얘기로 들렸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부터도 의혹이 남는다. 뭉개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가 국정조사보다는 특검을 추진하는 쪽으로 벌써 가닥을 잡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새누리당의 이 같이 대응한 배경에는 총선 이후 뚜렷하게 변화한 당청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이후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 면면까지 친박계 위주로 재편됐다. 청와대 눈치를 보던 이전의 한나라당이 아니다. 청와대를 감싸줄 인사들을 새누리당 안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더욱이 연말 대선 때문에라도 청와대와의 선 긋기는 새누리당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다. 따라서"이번 일이 그간 수면 아래 잠복하던 당청 갈등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청와대는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며 "이러한 자세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비판 하나하나에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당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여당의 비호를 받는다는 기대는 없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검찰 수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원내대표의 강공 발언이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란 해석도 나왔다. 특검ㆍ국정조사 카드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19대 국회 개원 협상 단추부터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고는 특검이든 국조든 구두선일 뿐이다. 이 원내대표도 "야당은 바깥에서 뭐를 자꾸 하자고 하지 말고 일단 국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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