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웬만해선 손을 대지 않던 지출항목인 사교육비마저 본격적인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작년 말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학원비 지출액이 4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는데, 감소폭이 무려 두 자릿수를 넘는다.
11일 한국은행이 각 카드사로부터 취합해 공표하는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개인들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총 82조8,4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카드 가맹점 확대 및 현금 결제 감소 등의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소비유형별로 보면 학원비 지출액은 올 들어 3월까지 10.1%나 감소하며 숙박비(12.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작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가 지금까지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손대지 않던 사교육비까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서울 강남 집값 하락도 사교육 수요 감소의 영향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숙박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경기 둔화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 때문으로 관측된다.
백화점 신용카드 결제도 소폭이지만 감소세(-0.1%)를 보였다. 작년 이 기간 결제액이 13.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세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자들 역시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흥 및 사치업(-3.3%), 서점 매출(-2.4%)도 줄어들었다. 반면 할인점(6.7%) 슈퍼마켓(14.1%) 등의 매출은 증가세를 유지했고, 특히 편의점은 점포 수가 급증한 영향으로 카드 결제액이 42.7%나 치솟았다.
개인들이 신용카드로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주유소 기름 구매였다. 올 들어 3월까지 개인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총 8조8,103억원으로 전체 결제액의 10.6%에 달했고, 일반음식점 결제액(8조5,316억원ㆍ10.3%)이 뒤를 이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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