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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인권운동가 알샤리프 "서양 음악이 왜 악마이고 여성 운전은 왜 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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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인권운동가 알샤리프 "서양 음악이 왜 악마이고 여성 운전은 왜 금하는가"

입력
2012.06.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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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ㆍ11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였던 마날 알샤리프(33)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그는 "9ㆍ11테러가 일어났을 때 무슬림들은 신이 미국을 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너지는 건물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TV로 보는 순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지구상에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용인하는 종교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에게 변화가 잇따라 찾아왔다. 알샤리프는 "그 동안 여성은 운전을 하면 안되고, 악마의 유혹이라는 서양음악을 들으면 안 된다는 것 등 당연했던 것들에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그 해 우연히 자신의 형제가 갖고 있던 팝음악 테이프를 듣고, 멜로디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알샤리프가 여성인권 운동에 뛰어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슬람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요구하는 '위민투드라이브(Women2Drive)'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17일 지난해에 이어 전세계에 주재한 사우디 대사관 근처에서 여성의 운전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한다. 지난해 알샤리프는 스스로 운전하는 모습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직후 사우디 당국에 체포돼 9일간 감금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사우디의 교통법에는 여성의 운전을 불허하는 규정이 없지만, 종교적인 이유에서 여성의 운전을 금한다. 여성의 대중교통 단독 승차도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종교경찰이 체포해 구금하거나, 남성 가족에게 인계한다.

알샤리프는 앞으로 여성의 참정권, 여성의 해외 이주권, 여성의 계좌개설 자유화 등 전반적인 여성인권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사우디에서는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면 이혼이 성립된다"며 "여성들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도 일방적인 이혼 후 여섯 살 난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 기술자로 근무하던 그는 여성인권 운동에 나섰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10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주장하는 것은 누구를 해치려는 것도, 국가에 반역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왜 내가 운전을 못하는지, 학교에 가면 왜 안 되는지 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의 여성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인물들의 사진을 모아 사우디 왕실에 전달할 방침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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