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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 개막 한 달…예상보다 흥행 부진/ 하루 10만명 온다더니 딱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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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 개막 한 달…예상보다 흥행 부진/ 하루 10만명 온다더니 딱 절반 수준

입력
2012.06.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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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관람객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11일 오후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1층 브리핑 룸. 강동석 조직위원장이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연단에 섰다. 잠시 후, 개막 한 달(12일)을 맞은 여수엑스포의 흥행 부진과 지역 상권 위축, 운영 시스템의 허점 등에 대해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위원장은 “선착순제 관람방식을 보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남은 두 달간 홍보와 관람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만족도를 향상시켜 엑스포를 보고 간 관람객의 입소문이 많이 나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수엑스포가 개막 한 달을 맞았지만 초반 흥행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관과 콘텐츠는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지만, 관람객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되레 여수 지역 상권이 위축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조직위와 여수시 간 엑스포 성공을 위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아 “이러다가 여수엑스포가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만㎡에 이르는 박람회장 곳곳에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총 80개 전시관은 역대 인정박람회 중 최고로 손꼽힌다. 특히 바다와 인류의 상생을 표현한 다양한 전시 콘텐츠도 여수엑스포가 내세운 자랑거리다. 카타르관 모나 슬라이띠 매니저는 “전시관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해양환경 보존이라는 주제에도 잘 맞게 꾸며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를 반영하듯 개막 이후 지금까지 파라과이 대통령과 스웨덴 국왕 내외 등 1,252명의 국빈과 유명인사들이 박람회장을 다녀갔고 하나 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해상무대에서 펼쳐지는 빅오 쇼 등 여수엑스포만의 독특한 볼거리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바다의 위기와 미래를 표현한 세계 각국의 전시물들도 언젠가 여수엑스포 흥행에 한 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관람객 수요예측이 빗나가면서 흥행몰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조직위는 당초 하루 평균 10만명의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개막 31일째인 이날 현재 누적 관람객은 150만여 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수 지역에서 엑스포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엑스포가 되레 지역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시민들 사이에선 “이럴 거면 엑스포를 왜 하느냐”는 냉소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조직위 조차도 엑스포로 인한 상권 위축에 당혹스러워 할 정도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정문 앞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는 “조직위가 시 외곽에 설치한 환승주차장이 관람객들의 시내 진입을 막는 바람에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위의 박람회장 및 전시관의 운영ㆍ관리에 대한 쓴 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조직위는 “엑스포 초반 예약제관람 폐지 등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관람객들과 여수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모(54ㆍ여수시 수정동)씨는 “뙤약볕에서 4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 관람하는 게 안정적인 운영이라니 할 말이 없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구체적인 개선책까지 제시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조직위가 엑스포 초반 흥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수용규모 2만 명의 K-팝 전용공연장 건설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은 “여수엑스포가 K-팝 엑스포냐”고 황당해 하는 반응 일색이다. 서울에서 온 오모(44)씨는 “과연 K-팝 공연이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엑스포 주제와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세계 최초로 바다에서 엑스포가 펼쳐진다고 자랑하더니, 고작 한다는 게 바다 무대에서 K-팝 공연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그런데도 조직위와 여수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한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는 조직위와 여수시 안팎에서는 두 기관이 엑스포 성공과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조직위 직원들 사이에선 “앞으로 두 달만 이대로 버티면 원래 소속으로 돌아간다”며 복지부동의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또한 여수시 내부에서는 “조직위가 엑스포에서 여수를 배제하려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여수엑스포 시민포럼 관계자는 “조직위의 행사 진행을 보면 어떻게든 관람객만 많이 끌어들이고 사고 없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엑스포를 계기로 관람객들이 개최도시 여수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도 마련돼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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