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군 간부가 되겠습니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서 부사관 임관을 앞둔 한기엽(18) 육군 부사관 후보생은 1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며 "장기 부사관으로 복무하며 훌륭한 지휘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 출신인 그가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한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세 여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직업군인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장흥 실업고 시절 여러 개의 기술 자격증을 따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한 후보생은 "고교 시절 선생님께는 부지런히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하셨다"며 "군에 가면 자격증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사관을 지원하게 됐다" 고 말했다. 그는 지게차, 굴착기, 로더 등 중장비 관련 자격증 6개와 자동차 정비, 컴퓨터 등 총 8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어릴 때 드라마에 나오는 군인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커서 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한 후보생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히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다고 했다. "주위 친구들에게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말하니까 약간 놀라면서 '혼혈이구나'정도의 반응만 있었을 뿐 별로 차별을 느낀게 없었어요. 앞으로 제가 지휘할 사병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지난달말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다시 전북 익산의 부사관 학교에서 12주간 부사관 양성교육을 받는다. 이후 9월께 임관할 예정. 그는 "첫 월급을 받으면 고향에 다녀오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비행기 삯으로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한 후보생을 포함해 논산훈련소에는 모두 6명의 다문화 가정 출신 훈련병들이 기초훈련을 받고 있다. 경북 상주 출신의 배준형(19) 부사관 후보생은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는 배 후보생은 "함께 부사관에 지원한 고교(상산 전자고) 동기 2명과 함께 같은 소대에서 생활하며 훈련을 받고있어 적응에 문제 없다"며 "임관 후 군생활을 열심히 해 존경받는 간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다문화 가정 출신은 육군 179명, 공군 9명, 해병대에 5명이 복무하고 있다. 2009년 이전까지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현역입대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병역법 개정으로 모두 징집대상이 됐다. 김천기 육군훈련소 훈련계획과장은 "조교, 교관, 훈련병들의 철저한 사전교육으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이들의 병영생활 적응에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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