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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52> 붉은 악마의 원조 멕시코 4강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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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52> 붉은 악마의 원조 멕시코 4강신화

입력
2012.06.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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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6월 12일 멕시코 몬테레이 경기장. 한국 청소년대표 축구팀은 전대미문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다. 제4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이 강호 멕시코와 호주를 연파하고 우승후보 우루과이와 4강 진출을 두고 격돌한 것이다.

일요일 아침 온 국민이 늦잠을 포기하고 TV앞에 모여 앉았다. 우루과이는 월드컵이 처음 열린 나라였고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붉은 전사들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쪽은 오히려 한국이었다. 전반 8분 신연호의 강슛이 골키퍼의 품에 안기더니 연이은 이승희의 왼발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비껴나갔다. 다시 김종부의 헤딩 슛이 위력을 발휘하는 등 '오리엔트 특급열차'라는 외신의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전반 43분 천금 같은 페널티 킥 기회를 무산시켰지만 후반전에 돌입해 첫골이 터져 나왔다. 노인우의 패스를 받은 신연호가 단독으로 치고 들어가 골키퍼를 마주하고 가볍게 밀어 넣은 것이다. 하지만 후반 25분 한국 수비수의 방심을 틈탄 마르티네스의 날카로운 터닝 슛이 승부를 원점으로 갈랐다. 기세가 오른 우루과이는 한국 골 문을 쉴새 없이 공격했지만 고등학생으로 출전한 골키퍼 이문영의 선방으로 더 이상의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1대1 무승부로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고 경기 시작 3분 후, 우루과이의 스트라이커 루벤 소사의 강 슛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행운의 여신은 한국으로 기울었다. 연장 14분 김종부의 땅볼 센터링을 받은 신연호가 회심의 오른발 터닝 슛을 날렸고 이 한방으로 경기는 끝이 났다. 뛰어나오는 신연호를 동료들이 에워싸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날 줄 몰랐다. 세계청소년대회 4강이라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은 전국이 난리가 났다. 교실에서는 라디오소리에 귀를기울였고 다방과 터미널은 TV를 시청하려는 인파들로 줄을 이었다. 김종부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 환호성은 2002월드컵 4강신화에 못지 않았다. 선전에도 불구하고 2대1로 아쉽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대표팀을 이끈 박종환 감독과 신연호, 김종부 선수 등은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스파르타식 훈련의 대명사 박종환 감독은 이후 국가대표와 프로축구 감독을 역임했고 신연호선수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그리고 비운의 스타라 일컬어지는 김종부선수는 현재 챌린저스리그에 소속된 양주시민축구단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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