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어제 대선후보 경선관리위원회 출범을 강행, '경선룰'을 둘러싼 당내 친박ㆍ비박 세력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3인'측은 경선룰 합의 이후에 경선관리위를 띄우자는 요구가 완전히 묵살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 동안의 '경선 불참'에 덧붙여 '경선 후유증'이나 '분당 촉발'까지 거론했다.
당헌ㆍ당규가 정한 대선후보 선출일(8월21일)에 맞추려면 경선관리위의 출범을 더 늦출 수 없고, '경선룰' 확정도 경선관리위 역할의 하나라는 지도부의 설명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비박 3인'의 불만이 애초에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데서 비롯했음을 간과한 자세다.
물론 이들이 현재의 경고나 다짐을 그대로 행동으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다양한 불만의 표출이 거듭되다 보면, 국민적 축제는 못되어도 최소한 당의 축제는 돼야 할 경선이 썰렁해질 수 있다. 어떤 형태이든 후보 경선의 최대 수혜자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고식적 자세가 답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에 일관되게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정당정치의 본령을 해치는 원론적 문제만이 아니다. 주의 자치가 존중되는 연방제 전통이 강한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하고 유럽 등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예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즐거운 마음보다는 '죽기 살기'로 정치행사에 참여하는 한국적 정치문화에서 조직적 동원과 역선택 우려도 크다. 언뜻 가장 민주적일 듯한 여론조사나 국민참여 경선의 실체적 얼룩은 4ㆍ11 총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잇따라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얼룩을 지우려면 경선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완전 국민경선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측이 '당헌ㆍ당규대로'를 고집하며 경선룰 협상 자체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역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경선룰' 밀고 당기기를 거쳤는데 유독 이번에만 당헌ㆍ당규대로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의원과 일반당원,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2:3:3:2로 반영하도록 한 현재의 방식이 지고지선이 아닌 이상 그 변경은커녕 논의조차 거부해서야 되겠는가.
무엇보다 한동안 박 전 대표의 강점으로 여겼던 '원칙 고수'가 언제부턴지 '유연성 부족'으로 비치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의식 변화를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즉각 경선룰 협상에 나서고, 상징적 양보의 여지를 살리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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