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가 2007년부터 추진해온 충무로 일대 영화의 거리 조성 사업이 잇단 예산 삭감과 관련 부처와 서울시의 입장 차이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충무로는 명보 스카라 등의 대형 극장과 각종 영화 제작소가 위치해 1960∼70년대 한국 영화의 대명사로 불렸던 지역이다. 중구는 이런 충무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2007년 20억 원을 투입해 충무로3가의 180m 구간의 전선을 지중화하고 영화 관련 조형물을 설치했다. 또 영화의 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과거 영화 배우들의 단골 모임장소인 스타다방을 매입해 한류 팬 사인회 등을 개최하는 카페로 활용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충무로 살리기에 나섰다. 문체부는 지난해 4월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류 테마관과 독립 영화관, 전시장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켜 한류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한류 스타의 거리 조성 사업’을 국비와 시비, 구비가 투입된 매칭 사업으로 진행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난기류가 형성됐다. 전액 국비 사업이 아닌 서울시의 시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문체부에게 선수를 빼앗긴 서울시가 시의회의 요청 등을 이유로 한류 스타의 거리 조성 사업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문체부가 주도한 ‘한류 스타의 거리 조성 사업’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서울시 내부에서 조차 관련업무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스타의 거리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제안 했지만 문체부의 예산부족으로 용역 사업조차 진행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9월 개최 예정인 제6회 충무로국제영화제도 중구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등 충무로에 또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웅규 백석대 교수는 “대중 문화에 대한 역사적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곳은 충무로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충무로의 역할을 되살려 인접한 명동과 연계해 한류 관광지로 활성화하는 계획이 부처간 주도권 싸움에 밀려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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