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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용산참사 다룬 다큐영화 '두 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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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용산참사 다룬 다큐영화 '두 개의 문'

입력
2012.06.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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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20일 이후 용산이라는 지명이 지닌 의미는 확연히 달라졌다. 미군기지를 금세 떠올리게 하던 이 지명 뒤로 사건, 참사 등의 어두운 수식들이 추가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과잉 진압이나 극렬 저항 등 부정적인 용어들도 연관어로 사람들의 뇌리에 심어졌다. 철거민 등 농성인 네 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지상에서 떠나보낸 용산참사는 법정에서 그 시시비비를 가렸지만 진실과 법적 단죄를 둘러싼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을 탓해야 하고, 누구의 과오가 더 컸다고 책임을 물어야 할까. 다큐멘터리영화 '두 개의 문'은 용산참사라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를 스크린에 옮겨 관객들을 배심원으로 초대하고 새로운 판결을 요구한다. 과연 무슨 일이 그 때 그곳에서 일어났을까. 영화는 21세기 용산의 가장 뜨거웠던 25시간에 집중하며 참사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려 한다.

뜨거운 논란거리를 다루지만 영화는 냉정을 유지하려 한다. 무리한 진압에 나선 경찰 수뇌부를 강하게 비난하려 하거나 검찰과 법원의 이해 못할 행보에 직격탄을 날리지 않는다. 철거민들의 입장을 철저히 옹호하려 하지도 않는다. 철거민들을 변호하고 그들을 도왔던 사회 인사들의 의견과 증언에 영화는 많은 부분을 의존하면서도 객관적 태도를 잃지않으려고 한다. 영화의 차분한 태도는 역설적으로 경찰 수뇌부나 사법부 등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참사 당시 현장을 찍은 경찰의 채증 영상과 인터넷 언론의 보도영상,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 등을 맞물리며 사건의 실체를 줌인한다. 경찰은 왜 예상보다 빨리 진압에 나선 것일까, 농성장의 위험물질 존재 여부 등 정확한 정보가 진압 경찰들에게 제공되긴 했는가, 발화의 주범은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졌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간다. 경찰이 유족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시신부검을 강행한 이유와 검찰은 왜 주요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는가 등의 부수적인 질문과 이에 대한 견해도 이어진다.

몇몇 중요한 조각들이 빠져있지만 영화가 하나하나 맞춰가며 윤곽을 만들어낸 퍼즐 앞에서 관객들은 공포영화를 본 느낌 이상의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사회 갈등의 '법대로' 해결을 주창하는 최고 권력자의 단호한 태도, 그에게 충성하기 위해 진압을 서두른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 수뇌부, 명령이 제아무리 부당하더라도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일선 경찰의 행동 등이 결국 비극을 잉태한 것이라고 영화는 넌지시 알린다.

5명의 목숨이 사라졌고,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서라면 꼼수도 마다 않던 정부의 맨 얼굴도 보게 했지만 사회를 뒤흔들었던 용산참사는 벌써 까마득한 옛일로 여겨지고 있다.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이고, 진상도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건이라고 영화는 역설하며 대중의 무관심을 일깨우려 한다. 과연 이 각성제 같은 영화를 보고도 용산참사를 여전히 외면할 관객은 얼마나 있을까. 김일란 홍지유 두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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