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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넥센 강정호, 이종범 이을 대형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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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넥센 강정호, 이종범 이을 대형 유격수

입력
2012.06.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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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지난 6일 LG와 넥센전이 열린 목동구장을 찾았다.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홈런 선두를 질주하는 넥센 강정호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막 훈련을 끝낸 강정호와 만났다.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마주한 강정호는 경기하는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는 선한 눈빛을 지닌 아주 매력적인 사나이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강정호는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했다. 그는 넥센이 1-3으로 끌려가던 4회말 만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한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저렇게 선한 눈빛을 가진 선수가 어떻게 한 순간에 180도 변할 수 있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강정호의 괴성은 마침내 환호로 바뀌었다. 6회말 동점 홈런, 8회말 쐐기포 등 연타석 홈런을 터뜨려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12일만에 시즌 15호와 16호 대포를 쏘아 올려 홈런 부문 단독 1위를 달렸으니 기쁨은 두 배였을 것이다.

강정호는 광주일고 시절 내야수와 포수 등으로 활약하면서 전천후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청소년 대표를 지낸 유망주였지만 2006년 포수로 프로에 입단한 뒤 내야수로 전업하는 바람에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어야 했다. 2007년에는 자신감 부족과 정신적 방황 그리고 길어지는 2군 생활 등으로 야구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주머니의 송곳은 언젠가는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법'이다. 강정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주일고 선배인 염경엽의 집중 지도를 받은 그는 2008년 중반부터 유격수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대형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2010년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올해도 이택근 박병호와 함께 공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강정호는 공수주를 갖춘 완벽한 유격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도루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한다. 입단 후 지난해까지 도루가 12개였지만 올해 벌써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 가입도 시간 문제인 듯 하다.

잘 나가는 강정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그는 필자에게 "글로브에서 공을 빨리 빼는 데는 자신 있지만 수비 범위를 넓히는 것이 쉽지 않아 노력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나친 욕심 때문에 타석에서 자제하지 못하는 점을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며 꾸뻑 절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필자는 강정호가 김재박, 이종범으로 대표되는 대형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확신한다.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의 약점을 알고, 겸손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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