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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 개관서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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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 개관서 완역

입력
2012.06.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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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楓石 徐有榘ㆍ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를 번역, 해제한 개관서 <임원경제지-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씨앗을뿌리는사람 발행)이 출간됐다. <임원경제지> 는 농업, 천문, 건축, 의학, 의례 등 당시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16개 분야로 분류하고 관련 서적과 자료, 실제 적용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총 54책 113권(오늘의 장 개념)으로 구성돼 2만 8,000여 가지 문물 지식을 담았다. 단일저작으로는 조선 최대 거작으로 꼽히지만, 분량이 방대한 데다 각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 일부만 번역됐다.

11일 인사동에서 만난 정명헌 임원경제연구소 소장은 "2003년부터 학자 42명이 번역에 참여해 3년 전 초역을 마쳤다"며 "2014년 3월 번역 완간을 목표로 정본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개관서는 <임원경제지> 113권을 전질 55권으로 출판하기에 앞서 <임원경제지> 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한다. <임원경제지> 와 관련된 저작 중 가장 상세한 내용의 해제집으로 풍석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각 지에 대한 해설과 각 지 서문, 세부 목차를 번역해 담았다.

풍석은 다산 정약용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실학자다. 조선후기 성리학의 대가로 규장각 제학, 전라관찰사, 이조판서 등을 고위 관직을 두루 역임했지만 경학보다 실용학문에 심취해 1806년에 낙향, 18년간 임진강변 장단에서 농사짓고, 물고기 잡으며, 때로 갖바치에게서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렇게 백성들의 일을 직접 체험하며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임원경제지> 다. 실용 지식을 16개 분야로 나눠 소개해 '임원십육지'로도 불린다.

저술 목적이 실용지식이 없어 경제적 생활을 못하는 시골의 지식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인 만큼 책에는 조선 후기 생활상에 관한 정보가 가득하다. 논에 물을 대는 데 사용하는 '자승차(自升車)' 같은 큰 기구부터 베개 만드는 법, 밭의 두둑과 고랑을 만들어 생산량을 늘리는 법,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술과 음식에 관한 정보 등 구체적인 지식을 담았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제11지 '인제지'는 <동의보감> 못지않은 방대한 의학 지식을 소개한다. 민철기 연구소 번역팀장은 " <임원경제지> 는 조선 후기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어 전통음식 복원, 신약 개발, 드라마 영화의 문화콘텐츠,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의 성격으로 봐서 국가 지원금이 들어갔을 법하지만 초역 작업은 모두 민간 후원금으로 진행됐다. 42명의 젊은 학자가 <임원경제지> 의 번역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초로,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한 독지가가 번역지원금을 쾌척한 것이 발판이 됐다. 연구소는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에 있는 <임원경제지> 초고, 고려대, 연세대, 규장각의 필사본을 종합해 정비하고, 분야별로 초벌 번역을 마쳤다. 중국 사료를 참고해 필사본의 오류까지 바로잡으며 꼼꼼히 번역했다. 정 소장은 "초역 과정에 총 10억 원이 들었다. 번역 완간까지 25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한 만큼 민간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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