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이름난 관광지도 아닌 아시아 서쪽 끝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호텔에서 한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성지 순례에 나선 기독교인들이다. 잘 짜여진 성지 순례가 가능한 것은 그들의 신앙심 때문이지만 그만큼 '성서'에 지리 정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를 지낸 뒤 지난해 별세한 미국인 역사지리학자 앤손 레이니와 성서학자 스티븐 나틀리 나약대 뉴욕캠퍼스 교수가 공동 집필한 (포이에마 발행)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신약, 구약 등 성서에 기록된 방대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지리적인 정보를 담은 그림ㆍ사진 자료들과 함께 설명한 책이다. 2년 전 국내 번역된 (이레서원 발행)의 요약판. 그 책에서 고전 원문 인용을 덜어내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만들었다.
책은 창세기 10장에 나오는 민족의 계보에서 시작해 청동기시대를 거쳐 이스라엘의 성립과 이집트의 지배, 헤롯의 통치와 예수의 탄생, 사도 바울의 시대 등 기원 후 2세기 초반까지의 변화를 상세하게 풀어냈다. 이스라엘은 물론 지금의 시리아와 요르단까지 포함하는 레반트 지역을 둘러싼 국제 정세와 지리, 역사적 사건과 유적지를 보여주는 221장의 컬러 지도, 170장의 사진, 도표와 일러스트를 담았다.
'성서는 지리적인 정보로 가득 차 있다'는 저자들은 그러나 성서는 '여행객을 위한 가이드북이나 지리학 교재가 아니'라 그 속에서 '메시지를 자주 던져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아무런 지리적 정보가 없는 독자에게는 '모호하게 이해'될 따름이라고 이 책의 편집 의도를 밝혔다.
예루살렘대에서 성서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역자 이미숙씨는 "지중해 연안의 다양한 민족들이 살았던 레반트 지역을 역사 지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방법을 채택한 최초의 아틀라스(지도책)"라며 "이스라엘과 중요한 영향을 주고 받았으나 자기들의 역사 기록을 남기지 않은 가나안, 암몬, 모압, 에돔, 나바테아 민족의 역사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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