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한국인 8명이 탑승한 채 실종됐던 헬기의 잔해가 9일(현지시간) 발견됐다. 하지만 탑승자 14명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 잔해는 이날 낮 12시쯤 페루 남부 마마로산 해발 4,950m 지점에서 공중 수색 중이던 구조 헬기에 의해 발견됐다. 사고 현장은 빙산지역 인근 암벽으로 암벽 중간에 헬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페루 당국은 헬기가 기상 악화로 암벽 상단에 부딪친 뒤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윌베르 카예 페루 내무장관은 이날 박희권 주 페루 한국대사와의 통화에서 "헬기가 암벽에 부딪혀 두 동강이 났다.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 탑승자들의 사망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과 김완규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등 실종 직원 회사 관계자들은 사고 헬기가 발견된 지역으로 현장팀을 보내 상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페루 당국과 사태 수습 등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인 실종자 가족들도 현장으로 떠났다. 이날 오후 4시쯤 인천공항에서 만난 삼성물산 김효준(48) 부장의 부인 A씨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헬기 잔해가 발견된 처참한 현장 모습을 전해 들었지만 A씨는 지난 6일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답사를 갔다 사고를 당한 남편 김 부장이 무사할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A씨의 친구는 "현지 언론의 실종자 사망 보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남편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1999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현준 프로농구 삼성썬더스 코치의 친동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집안에서 노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 둘째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가을 남편을 떠나 보냈고, 큰아들에 이어 둘째아들까지 뜻 밖의 사고로 잃는다면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욱 서영엔지니어링 전무의 처남인 허기호(55)씨는 "지금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나.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간다"며 굳은 표정으로 출입국 심사대에 들어섰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헬기 운행 당시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데 왜 운행을 왜 허가했는지 모르겠다"며 페루 항공당국을 질타하기도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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