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여의도에서 보기 드물게 적(敵)이 없는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비박(非朴) 진영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고 친박계로부터도 원망을 듣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양측 모두 "황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을 매끄럽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황 대표는 비박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황 대표가 경선 룰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황 대표가 편파적이라는 증거'라며 그의 두 가지 발언을 꼽는다. 황 대표가 5월 대표 취임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많은 문제가 튀어나오는 오픈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룰 논쟁 시작 단계부터 찬물을 끼얹은 것이 첫 번째다. 비박 진영 주자들이 룰 협상을 위한 경선준비위 구성을 요구하기 시작한 5월 말 황 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그런 기구는 당헌에도 없다"고 일축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비박 진영 관계자는 10일 "심판이 경기 초반부터 한 쪽 손을 들어준 것"이라면서 "친박계의 지원을 업고 당선된 황 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편을 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비박 주자들은 8일"당 지도부가 친박계 독재식의 당 운영을 계속하면 경선을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당 전체가 '경선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으로 출렁였지만, 황 대표는 이날 저녁 연찬회 인사말에서 "시간이 빠듯하니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라 우선 경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해 비박 진영을 더욱 자극했다.
친박계에서도 황 대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만에 하나 경선이 무산될 경우 박 전 위원장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어당팔(어리숙하게 보여도 당수(정치력)가 8단)이어서 경선 관리와 흥행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리라고 믿고 대표를 맡겼는데, 박 전 위원장의 눈치만 보니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에게도 쓴소리를 하고, 비박 주자들을 달래는 시늉도 못하느냐"고 꼬집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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