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6ㆍ서울 구로구)씨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입주하는 게 꿈이다. 월 3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돈을 모아 서울에서 아파트를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시프트만한 대안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변 전세금보다 싼 가격에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으니, 집 없는 서민들에겐 최상의 주거대책인 셈이다.
김씨는 "최근 2~3년 간 전세금이 너무 올라 서울 외곽으로 옮겨야 할 처지"라며 "공공임대주택 청약만이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쟁률이 너무 높아 당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3년째 시프트에 도전 중인 김씨는 지난 3월에도 청약을 신청했지만, 1순위 청약 경쟁률(55.5대 1)이 너무 높아 떨어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금 탓에 임대기간 10년 이상인 공공임대주택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물량이 너무 부족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1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물량은 89만57가구로 전년 대비 6만1,000가구(10.4%) 늘어났다.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자가 주택기금, 공공택지 등을 지원받아 건설하는 10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지난해 전체 주택 중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어난 5.0%에 그쳤다.
장기 임대주택이 계속 늘어나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5년 임대, 매입임대 등을 포함하더라도 국내 임대주택은 전체의 8.1%인 145만9,513가구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와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80% 정도를 담당하는 한국토지공사(LH)의 재정난 탓이다. LH는 2003~2007년 해마다 평균 5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착공했지만, 2008년 이후 공급 물량이 2만 가구 이상 줄었다. 임대주택은 세입자 보증금이 원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지을 때마다 부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LH의 부채 급증으로 재정상태가 악화하다 보니 돈이 되는 분양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신, 임대주택 물량을 대폭 줄인 것이다.
LH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물량은 착공 후 2~3년이 지나야 통계에 잡힌다"며 "현 통계상의 재고물량은 대부분 참여정부 때 착공한 것이어서 앞으로 공공임대 물량 증가폭이 크게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출범이후 부채 급증으로, 임대주택 물량을 분양주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정책의 공공성 회복과 함께 계층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 팀장은 "공공임대 물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서울을 떠나라는 소리와 같다"며 "보금자리주택 부지에 장기전세 등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대신 사업성 높은 부지에 들어서는 주택의 분양가를 높이는 등 계층별 지원책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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