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도매업자에게 45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서를 부정 발급해 주는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챙긴 대형 시중은행 지점장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조남관)는 유류 도매업자 지모(43)씨에게 여신 규정을 어기고 450억원대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고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배임수재)로 S은행 남양주 H지점 전 지점장 박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지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담보능력 부족으로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을 수 없는 지씨의 청탁을 받고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45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서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14차례에 걸쳐 9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씨는 지급보증서를 이용해 농협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석유 수입사인 N사로부터 휘발유, 경유 등 400억원어치(탱크로리 약 4,000대 분)를 제공받아 판매했다.
지씨가 N사와 거래 과정에서 사용한 지급보증서는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고 부정 발급된 것이라는 사실이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드러났고, 금감원은 박씨와 지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S은행 측도 박씨와 지씨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급보증은 거래 상대방에게 지불해야 할 채무의 지급을 금융회사가 보증하고, 대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지급보증서 발급은 은행의 여신 승인 절차를 거쳐 이뤄지며, 발급된 지급보증서는 금융기관 대출이나 기업 간 거래에서 담보로 널리 쓰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한도나 담보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이 은행 지급보증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위조하거나 금융기관 임직원과 결탁해 부정 발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당 은행 내부에 공모자가 있는지를 포함해 비슷한 유형의 범죄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은행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금감원 특별검사가 시작된 후 박 지점장을 대기 발령했다"고 밝혔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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