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일요일 의무휴무제를 실시한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옛골마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 33개 홈플러스테스코 매장 직원 200여명과 가족들이 입사 후 처음으로 일요일 야유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 동안 직장이 365일 휴일 없이 문을 여는 탓에 직원들이 다같이 모이는 공식 모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고 4월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ㆍ개정으로 대형마트와 SSM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쉬게 됐다. 홍민영(47ㆍ가명)씨는 "입사 8년 만에 첫 야유회"라며 "다른 직장에서는 흔하겠지만 대형마트 직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전 청계산 산행을 시작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운동회도 열렸다. 여느 야유회와 다르지 않은 풍경. 하지만 직원들은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쌓느라 1분이 아깝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들은 일요일 의무휴무 이후 "주말의 평범한 삶을 되찾게 됐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모(38)씨는 "주말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했고, 최모(54)씨는 "지인들 경조사에 남편만 보내 미안했는데 2주 전 일요일 휴무 때는 친척 결혼식에 함께 갔다"고 했다.
그러나 의무휴무 후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도 들려왔다. 전모(49)씨는 "회사가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필요 인원을 더 뽑지 않아 업무가 배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할인판매가 많은 의무휴무 전날 토요일 밤에는 늘어난 손님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한 제과업체 파견직원인 박모(41)씨는 "회사에서 일요일을 연차에서 빼기로 했다"며 "사실상 연차휴가가 없어져 이제 꼭 필요할 때 쉴 수가 없게 됐다"고 푸념했다.
33개 매장 중 쇼핑몰로 등록된 탓에 의무휴무 적용을 받지 않는 목동점 직원 전모(33)씨는 "인근 이마트가 휴뮤를 하면서 우리 매장은 일요일 매출이 배 이상 늘었지만 직원들은 일요일에 연차도 쓰지 못하게 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씨는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말하지만 대형마트와 SSM이 다 쉬지 않으면 상생 효과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박승권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의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내용에는 근로자의 건강권 향상도 주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 점이 간과되고 있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 공동휴식권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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