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하우스 수박 1,500통이 3시간 만에 다 팔렸습니다. 평소 일요일에도 매장이 붐비긴 했지만 오늘처럼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네요."
10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 내 신선식품 매장 직원들은 하루 종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인근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들이 의무휴무에 돌입하는 바람에 고객들이 쇄도했기 때문. 매장 내 약 2㎙ 너비의 중앙 통로는 여러 대의 카트가 뒤엉켜 체증을 유발했을 정도. 계산대도 무려 50개에 달했지만 밀려드는 고객들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의무휴무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혜택을 입는 곳은 농협 하나로클럽(대형마트급)과 하나로마트(SSM급)다. 이중 전국 곳곳에 설립되어 있는 하나로마트는 농협중앙회 소속 농협유통 등이 운영하는 곳이 56곳, 지역단위농협에서 운영하는 곳은 2,070여개나 된다. 이들은 농ㆍ수ㆍ축산물 판매비중이 51%가 넘는다는 등의 이유로 유통법상 의무휴무 대상에서 빠져 있어, 365일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대형마트나 SSM이 문을 닫는 날이면 2ㆍ4주 일요일엔 하나로클럽ㆍ마트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다. 특히 6월 둘째 주 일요일이었던 10일에는 ▦전국 대형마트의 70%(266곳) ▦SSM 가운데 75%(766곳)이 휴무에 돌입하면서 하나로클럽ㆍ마트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경우, 서울 22개구에서 의무휴무가 실시된데다 인근에 마땅한 전통시장도 없어 더욱 호황을 누렸다. 이 일대 주민뿐 아니라 원정고객들도 많아 "강남 고객을 싹쓸이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붐비는 곳은 신선식품 매장만이 아니었다. 한 가전매장 직원은 "인근 대형마트가 쉬고 난 후부터 매출이 25% 가량 늘었다"며 "가습기나 디지털 TV 등 수십 만원 대 제품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선 일부이긴 하나 외국산 농ㆍ수산물도 눈에 띄었다. 특히 수산물 코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산 냉동새우살, 베트남산 칵테일새우, 칠레산 오징어채 등 외국산이 약 15% 이상 자리잡고 있었다. 농ㆍ수ㆍ축산물 판매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의무휴무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실상 외국산까지 혜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수산물 판매량은 전체 매출 중 극히 소수라 수입산을 제외해도 농ㆍ수ㆍ축산물 비중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국산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해온 역할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방도시로 가면 전통시장 상인들의 원성은 대형마트나 SSM이 아니라 하나로마트로 향한다. 대형마트와 SSM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곳까지 하나로마트가 개설되어 있기 때문. 시장상인 입장에선 대기업계열 마트나 농협계열 마트나 고객을 빼앗아가는 건 다를 게 없고, 오히려 규제 없이 매장 및 영업기반을 넓혀가는 농협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전북 전주시의 한 상인은 "'의무휴무 혜택을 전통시장이 아닌 농협 하나로마트가 보고 있어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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