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직장인 김성배(34)씨는 올해 초부터 여의도 한강 둔치를 지날 때면 의문이 하나 생겼다. 강가에 세워진 '아라뱃길 해양경찰대 여의파출소'라는 2층짜리 건물 때문이다. "119 수난구조대가 몇백 미터 옆에 있는데 경찰도 아닌 해경 파출소가 한강가에 자리잡은 이유가 늘 궁금했다."
바다가 아닌 강 주변에 해경 파출소가 들어선 이유가 뭘까.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해 10월 경인 아라뱃길 해양경찰대를 발족, 김포ㆍ정서진ㆍ여의파출소 등 3개 파출소 운영을 시작했다.
해양경찰청은 아래뱃길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관할 지역을 서울까지 넓히려 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하나였던 여의도 무역항 설치가 이뤄지고 한강에 여객선이 드나들 경우에 대비, 각종 범죄와 선박 사고에 대응하고 수질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부산과 중국 칭다오(靑島) 등 10개 도시를 오가는 화물선과 여객선 18척이 운항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아라뱃길을 오가는 배는 37톤급 여객선인 현대아일랜드호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달부터 현대아일랜드호의 여의도 선착장 이용을 금지하면서 그마저도 운항을 멈췄다. 한강의 해경은 사실상 유일한 임무였던 현대아일랜드호 승객에 대한 신원검색 업무가 없어져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렸다.
해경은 18대 국회 당시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을 통해 '바다와 연결된 강은 해양경찰 관할'로 규정을 바꿔 소방방재청 119수난구조대의 업무였던 한강 수난구조 업무를 인수하려 했지만 그것도 무산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해경이 무리하게 '서울 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설과 인력을 서둘러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경 여의파출소는 직원 9명과 순찰차 1대, 순찰정 1대, 수상오토바이 1대를 두고 2층짜리 컨테이너 사무실을 쓰고 있지만 '애물단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인 아라뱃길 활성화를 전제로 해경이 파출소 운영을 시작했지만 관련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컨테이너 건물에 해경을 두는 건 인력 낭비 아니냐"고 꼬집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여의파출소의 시설이나 인원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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