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50만원에 팔리는 위스키의 수입가격이 1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점 수입ㆍ유통업체가 관세, 주세 등 각종 세금을 포함한 수입가격에 마진을 4배나 붙여 폭리를 취한 결과다.
10일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윈저ㆍ임페리얼 등 시중에 유통되는 유럽연합(EU)산 위스키 15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100㎖당 평균 수입가격은 2,664원, 유통업체 공급가 8,376원, 소비자 판매가 1만3,501원이었다. 10만원에 위스키를 들여온 수입업체가 국내 주류 도매상에 30만1,000원에 공급하고, 소비자는 이를 50만1,000원에 구입하는 셈이다. 국내 위스키 판매가격은 영국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3분의 1 이상(36%) 비쌌다.
더욱이 지난해 7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EU산 위스키에 부과되던 관세가 5%포인트 내렸지만, 올해 1분기 위스키 평균 수입가격은 작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1.41% 올랐다. 수입업체들은 현지 위스키 원액 가격이 올랐다고 해명했지만, 발렌타인 17년(-9.65%), 임페리얼 12년(-6.19%) 등 일부 제품의 국내 소비자가격이 내린 것을 감안하면 수입ㆍ유통업체들이 판매가격을 과도하게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위스키 가격에 과도한 거품이 끼는 이유는 경쟁이 없는 독점 수입시장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실제 윈저ㆍ조니워커ㆍ딤플은 디아지오코리아, 임페리얼ㆍ발렌타인ㆍ시바스리갈은 페르노리카코리아, 글렌피딕은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가 각각 독점 수입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독점 수입업체가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고 있다"면서 "불공정행위가 발견되면 공정위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수입 프라이팬, 전기다리미 등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면서 가격인하 방해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업체들을 제재할 방침이다. 외국산 프라이팬과 전기다리미 등을 독점 수입하는 그룹세브코리아, 휘슬러코리아, 필립스전자 등은 인터넷 판매를 방해하거나 소매점의 판매가격 인하를 막는 등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최근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불공정행위를 통해 수입가격에 비해 2~3배 비싼 소비자가격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들 업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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