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초는 올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고사를 3번이나 계획했다. 이달 26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성취도 평가)에서 '기초미달'학생이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예비시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도입했다. 조성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학교들의 경쟁에 초등학생들이 0교시 문제풀이, 모의고사, 강제 보충수업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육청에 각 학교 실태를 신고해도 '학교 자율 경영 사안'이라는 답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전수조사 전환 5년 차에 접어든 올해 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교조는 파행수업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일제고사 폐지운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교과부 역시 "거부 교사들을 징계할 것"이라고 맞서면서 갈등도 예상된다.
시험이 표집조사(전체 4~5%학교에만 실시)에서 2008년 전수조사(전국 학교 실시)로 전환된 이후, 줄곧 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던 논란은 두 조사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적당하냐는 다툼이다. 양쪽 다 장단점이 명백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작 5년간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며 전수조사를 실시해 정부가 확보한 데이터의 연구 가치는 생각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가 성취도 평가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 학교들의 과잉대응을 부추겨왔다"는 평가도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맥락정보 없는 조사결과
교과부가 전수조사의 결과로 꼽은 효과는 ▦학생, 학부모 알 권리 충족 ▦기초미달 학생 밀집학교 지원 ▦학교, 교원 책무성 재고 등이다. 그런데 '어느 학교에 미달학생이 많은 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낸 성과는 있지만, 결과 자료가 연구용으로는 큰 쓸모가 없다는 것이 교육학계의 정설이다. 한 정부 출연 교육연구기관 연구원은 "표집조사 규모에서는 학생의 가정ㆍ심리적 특성, 학교풍토, 교사요인 조사가 동반돼 왔는데, 전수조사에서는 방대한 시험의 규모 등 때문에 이게 불가능하다"며 "어떤 정부 정책이 성취도 향상에 기여했는지 분석 할 때는 표집자료만을 계속 쓴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굳이 단위 학교 간 순위경쟁을 부추기는 효과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지역간 차이는 표집조사로 알 수 있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고 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소에도 학생들은 1년에 3~5회에 달하는 수행평가, 중간ㆍ기말고사 등 각종 진단평가를 치르고, 담임교사는 이 관찰과정에서 미달학생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며 기초 미달학생 확인 및 지원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도교육청 평가에 활용돼 논란
전수조사의 순 기능을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단순한 진단시험 개념인 성취도 평가 결과를 ▦자율고 정책 성공의 근거로 삼고 ▦시도교육청 평가에 활용하고 ▦이 평가를 교부금 차등 배분의 근거로 삼는 등, 지나치게 많은 목적과 의미가 부여된 시험으로 홍보하면서 오히려 학교 현장의 과잉대응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과부는 지난해 16개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부금 일부를 차등 배분했는데, 이 평가지표에 성취도 평가 결과 비율도 7% 포함됐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별 미달학생 통계비율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수조사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전제 한 뒤 "다만 학교별 지역별 줄 세우기가 계속 돼서는 안 된다. 특히 교육청의 학교장 평가,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 시험결과를 반영해서 정부가 부작용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