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편법 논란을 빚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아들 시형(34)씨와 청와대 관련자 등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받은 사건을 8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수사하고도 단 한 명도 사법처리하지 않고 의혹 자체도 해소하지 못한 데 대해 '봐주기 수사'라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형씨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아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의해 업무상 배임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시형씨, 임태희(56) 전 대통령실장,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경호처 재무관 등 7명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사저 건립을 위해 청와대가 시형씨와 공동으로 내곡동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8억7,000만~10억여원을 추가 부담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청와대는 토지 매도인 윤모씨로부터 사저 부지 총 9필지를 54억원에 통째로 사들였고, 그 중 3필지에 대해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을 부담했다. 지분 비율과 공시지가로 볼 때 시형씨가 돈을 더 내야 하는데 이를 국가가 부담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저가 들어서면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등 요소를 감안해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나름의 기준으로 매매금액을 배분한 이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고의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주려고 했다는 범의도 인정되지 않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땅값 셈법이 객관적으로 볼 때 불균형한 사실은 인정하고 감사원에 통보하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또 이 대통령 내외가 아들 시형씨 명의를 빌려 사저 부지를 매입,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시형씨가 김 여사 소유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이 대통령의 친형 상은씨로부터 6억원을 빌려 토지 매입 대금을 마련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출도 차용금도 시형씨 명의로 이뤄졌고 대출 이자도 시형씨가 납부한 이상 사저 부지 매수의 주체는 시형씨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사저 부지의 주인은 형식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시형씨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왜 이 대통령 내외가 아닌 시형씨가 사저 매입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이처럼 사실상 청와대 측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도 정작 김 전 처장을 제외하고는 임 전 실장, 김 전 기획관 등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특히 검찰 스스로 사저 부지 매수의 주체라고 인정한 시형씨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했다. 검찰 관계자는"서면조사를 통해 확인할 사항은 다 확인해 소환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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