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경북 영덕군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청상아리가 발견됐다. 지난해 8월에도 이곳 근해에서 죽은 청상아리가 그물에 걸린 적이 있다. 청상아리는 필리핀해, 동중국해 등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난태성 어류. 영화 '죠스'로 유명한 백상아리보다 몸집은 작지만 그에 만만치 않게 포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주로 출몰하던 청상아리가 동해에 나타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청상아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 세계에 서식하는 상어는 약 360종. 국내 연안에서 볼 수 있는 상어는 40여종으로 그 중 사람을 공격할 정도로 사나운 상어는 청상아리 백상아리 청새리상어 귀상어 흉상어 뱀상어 강남상어 등 9종이다.
국내 연안에서 1년 내내 잡히는 까치상어와 달리 청상아리, 백상아리 등은 5~10월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다. 평균 수온이 20도 이상인 따듯한 바다에서 사는 이 상어들은 쿠로시오 난류에 몸을 싣고 북상하다가 대마난류, 황해난류를 타고 한반도 근해로 들어온다. 열대ㆍ아열대 바다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 고등어를 잡아먹으려 좇아오는 것이다.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모두 서해안에서, 상어의 출몰 시기인 5~7월에 일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상어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6명. 해수욕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1명이고, 나머지는 해녀, 잠수부 등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종화 자원환경과장은 "국내 연안을 찾은 상어는 주로 서해나 남해에 머문다"며 "수심이 깊은 동해에선 심해의 차가운 물이 갑자기 치솟는 용승 현상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나 수온을 뚝 떨어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수심 300m 이하인 곳에서, 수온이 5도 미만인 심층수가 용승하면 25도이던 표층 수온이 갑자기 15도까지 낮아진다.
그런데 경북 동해안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청상아리가 발견됐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전북 군산,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볼 수 있던 백상아리는 이후 백령도, 인천 앞바다에 자주 출몰한다. 2009년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백상아리가 잡히기도 했다. 남해와 남쪽 서해에 주로 머물던 상어가 행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는 "상어의 활동 범위는 수온, 먹잇감 분포에 따라 정해진다"며 "지난해 8월 제주도 우도의 해수욕장에 청새리상어가 나타나는 등 상어류의 잦은 출현은 국내 연안의 수온 상승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연안의 수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09년까지 41년간 한반도 연안의 평균 수온은 1.31℃ 올랐다. 남해의 평균 수온은 18~19℃로, 아열대 바다의 평균 수온(18~20℃)과 비슷해졌다. 박 과장도 "최근 수온 상승으로 상어가 출현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수십 년 후에는 상어의 활동 범위가 국내 모든 바다로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백상아리, 청상아리, 청새리상어 등 포악한 상어가 잡히거나 출몰한 경우는 2009년에만 9건이었으며 경기 인천, 경남 통영, 경남 울산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해질녘에는 수영, 잠수 등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해질녘은 상어의 먹잇감인 고등어, 멸치 등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려 해수면으로 올라오는 시기. 이때 상어 역시 먹이사냥에 활발히 나선다. 만약 상어를 만났다면 상어가 지나갈 때까지 바위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일부에선 긴 끈을 묶어 자신이 큰 동물임을 알리라고 하지만 최 교수는 "상어가 자신보다 큰 보트도 공격하는 것을 보면 근거 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60년간 해수욕장에서 상어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1명"이라며 "대비책은 세워야겠지만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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